결혼

알베르 카뮈 지음|박해현 옮김|휴머니스트|104쪽|1만2000원

“봄이 오면, 티파사에는 신(神)들이 강림해서 수런거린다. 태양과 향쑥 내음 속에서, 은빛 갑옷을 두른 바다에서, 천연의 푸른 하늘에서, 꽃으로 뒤덮인 폐허에서, 돌 더미 속에서 끓어 넘치는 빛의 굵은 거품 안에서.”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산문 ‘티파사에서의 결혼’의 첫 문단. 티파사는 알제리 북부 해안 도시로 고대 로마 제국의 식민지 유적지로 유명하다. 청년 카뮈는 관능적인 봄 기운에 휩싸인 티파사에서 ‘자연과 인간 간의 결혼’이라는 문학적 영감을 받아 이를 감각적으로 노래했다. 이 글을 비롯, 네 편을 엮은 책이 ‘결혼(Noces)’이다.

일간지 문학 전문 기자를 지낸 역자는 카뮈의 ‘결혼’과 ‘여름’을 불문학자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의 번역으로 스물여섯에 처음 읽었다. 그는 “이제 예순을 넘겨 청춘 시절의 독서를 회춘제라도 먹는 양 되풀이하다가 덜컥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말았다”고 고백한다. 함께 번역한 ‘여름’도 동시에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