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

유발 하라리 지음ㅣ김명주 옮김ㅣ김영사ㅣ2만7800원

인공지능(AI)의 작동 원리는 지금까지 ‘블랙박스’로 불려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상자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는 뜻. AI가 내놓는 답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는지 개발자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것을 일컫는다. 섬뜩한 점은 AI가 거짓말을 해도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AI는 우리 종의 역사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진화 경로를 바꿀지도 모른다”고 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를 쓴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가 6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엔 인류 턱밑까지 올라온 AI의 잠재적 위험성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부터 근대 초의 인쇄기는 모두 인간에 의해 결과를 도출했다. 그러나 지금 AI는 이미 인간의 이해를 벗어나 사회, 문화, 역사를 주도적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

마지막 장 그가 내놓은 해법은 바로 ‘현실주의’. 현실을 약육강식의 정글로 보는 철학자 한스 모겐소와 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의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을 비판적으로 전용했다. 인류 앞에 놓인 여러 선택지 중 더 나은 길이 있을 것이라는 ‘변화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희망적인 답. ‘결합’ ‘연결’이라는 뜻의 책 제목 ‘넥서스(NEXUS)’처럼 AI와의 융합을 답으로 내놓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