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지음|이한중 옮김|돌베개|444쪽|2만2000원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애덤 바일스 지음|정혜윤 옮김|열린책들|384쪽|1만9800원
글쓰기에 대한 책이 쏟아지는 와중에 믿고 참고할 만한 책 두 권이 동시에 나왔다. 1976년 초판 출간 이래 2006년까지 여덟 번 개정판을 내며 150만 부 넘게 팔린 ‘글쓰기 생각쓰기’(원제 On Writing Well)는 저널리스트 출신 미국 작가 윌리엄 진서(1922~2015)의 책이다. 저자 사후에도 여전히 아마존 글쓰기 분야 베스트셀러인 이 책에서 가장 실용적인 부분은 글을 간결하게 다듬는 일에 대한 조언이다. “대부분의 초고는 글에 담긴 정보나 글쓴이의 목소리를 잃지 않고서도 50%는 줄일 수 있다.”
◇불필요한 단어엔 괄호 치세요
저자는 논픽션 쓰는 법에 중점을 두면서, 모교인 예일대에서 글쓰기를 가르쳤을 때 쓴 방법을 소개한다. “글에서 유용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모든 요소에 괄호를 치는 것이었다. 대개는 단어 하나에 괄호를 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주문하다’(order up)에서는 ‘up’, ‘행복하게 미소 짓다’(smile happily)에서는 ‘행복하게’, ‘높은 마천루’(tall skyscraper)에서는 ‘높은’이 그런 단어다.”
저자가 학생들의 글에 줄을 긋지 않고 괄호를 친 것은 그들의 글을 모독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문장을 그대로 남겨 학생들 스스로 분석할 기회를 주려는 것이기도 했다. 학생들은 이내 자기 글의 군더더기에 마음속으로 스스로 괄호를 치는 법을 배웠고, 학기 말이 되면 글은 거의 고칠 곳 없이 깨끗해졌다.
저자는 대표적인 군더더기 단어로 ‘개인적인’(personal)을 꼽는다. ‘내 개인적인 친구’ ‘그의 개인적인 감정’ 같은 말은 ‘개인적인’이 없어도 뜻이 명료하게 전달된다는 것. 짧은 단어보다 전혀 나을 것 없는 긴 단어도 글을 답답하게 만드는 ‘잡초’다. “‘다수의’(numerous)보다 ‘많은’(many), ‘이행하다’(implement)보다 ‘하다’(do)가 더 낫다. (…) ‘말’(talk)할 수 있는 것을 굳이 ‘논의’(dialogue)하지 말자. 괜히 ‘소통’(interface)’하지 말자.”
◇어깨에 힘 빼고 진실하게 써야
문체에 대한 견해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많은 이가 문체를 단어를 치장하는 것으로 여기고 화려한 비유와 번지르르한 수식어를 구사하려 애쓰지만, 가발을 쓴 듯 어색해진다. “문체는 글 쓰는 사람 고유의 것이다. 글을 애써 꾸미려는 것이 문제다. 그러다 보면 자신만의 것을 잃고 만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독자들이 금방 알아차리게 마련이다. 독자들은 진실한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내가 무엇을 쓰든, 작가로서 내가 팔 것은 나 자신”이라면서 “사람들이 불리한 처지에 빠지지 않으려 ‘나’를 피하려 하지만, 신문 기사, 보고서, 논문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글은 일인칭으로 쓸 때 가장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나’가 허락되지 않아도 글쓴이의 개성이 잘 전해질 수 있다. 좋은 글쓴이는 글 바로 뒤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나’가 허락되지 않는다면 적어도 ‘나’를 생각하며 쓰거나, 초고를 일인칭으로 쓴 다음 ‘나’를 빼면 된다. 그러면 비인간적인 문체에 온기가 돌 것이다.”
영어 문장을 예시로 들고 있지만 우리말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다. 여행기, 회고록, 회사 업무 관련 글쓰기 등 여러 종류의 글 쓰는 법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어 글쓰기 교본으로 손색이 없다.
◇소설의 목표는 환상 통한 감동
파리 거주 영국 작가 애덤 바일스의 책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은 바일스가 파리의 유명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2012~2022년 진행한 작가와의 대화 중 20건을 정리해 엮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 퓰리처상을 받은 콜슨 화이트헤드 등 여러 소설가들의 철학이 담겼다. 원제는 The Shakespeare and Company Book of Interviews.
2017년 맨부커상 수상작 ‘바르도의 링컨’을 쓴 조지 손더스와의 대담이 특히 ‘소설이란 무엇인가’를 숙고하게 한다. “링컨의 생각과 목소리로 들어가는 길을 어떻게 찾았냐”는 질문에 손더스는 답한다. “관건은 링컨에 ‘충실’하거나 진짜 링컨을 만들어 내는 일이 아니라, ‘링컨에 대한 환상’을 잘 만들어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일입니다. (…) 소설의 존재 가치가 무엇인가요? 모든 걸 올바르게 파악하는 일이 아닙니다. 특정 역사적 기간에 있었던 일을 나열하는 일이 아닙니다. 남북 전쟁이나 무덤 지리에 대한 진실을 보여주는 일이 아닙니다. 독자의 입에서 ‘와, 세상에!’ 하는 감탄사가 흘러나오게 만드는 일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