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3월 21일)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시의 날’이었습니다. 시적 표현을 통한 언어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시문학의 예술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제정됐다네요. ‘넷플릭스 보기에도 시간이 빠듯한데 누가 시를 읽나’ 싶지만 출판 시장 불황에도 시집 판매만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스24에 따르면 2024년 시집 판매량은 전년 대비 46.4% 늘어났고, 올해(1. 1~3. 10)도 전년 동기 대비 33.7% 증가했습니다.

시집은 전통적으로 50대가 가장 많이 샀지만, 최근 들어 1020세대의 약진이 독보적입니다. 예스24 집계 결과 2020년 전체 시집 구매자 중 11.7%에 불과했던 1020세대 비율이 올 들어 19.2%까지 늘었답니다. 이들 사이에선 고선경의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차정은의 ‘토마토 컵라면’ 등 소셜미디어나 연재 플랫폼을 통해 팬덤을 확보한 MZ세대 시인들 시집이 특히 인기라는군요.

곁에 있던 김소연 시집 ‘생활체육과 시’(아침달)를 펼쳐 봅니다. “시집을 읽고 나면 모든 책이 다 시시하다. 그러나 시집만 읽고 있자면 모든 시집들이 다 시시해진다.” 이는 산문시 ‘단상1-열아홉 조각’의 첫 구절. 시인은 스물두 페이지에 걸쳐 시에 대한 단상을 기록합니다. 시인은 어떤 존재인가요? 김소연은 읊습니다. “사람으로서 시인은 시를 쓰지 않는다. 사람보다 좀 더 다른 무엇이 되어서 시인은 시를 쓴다. 좀 더 다른 그 무엇은 우리가 끔찍해하는 모습일 수도 있고 우리가 얕잡아 보는 형태일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가 선망하는 얼굴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그 얼굴을 시인은 시를 쓰며 계속 계속 좇는다. 그 얼굴을 지나칠 때까지. 지나쳐서 또 다른 얼굴을 만날 때까지.”

시집을 읽는다는 건 다른 무엇이 되려는 시인의 분투를 따라가는 여정인가 봅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