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요양원 창문을 넘어 탈출하셨을 때, 이건 글로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간병 분투기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샘터)를 쓴 유미(40)씨가 말했다. 출판 편집자인 저자의 어머니 오미실 여사는 예순아홉에 뇌종양 진단을 받고 뇌수술을 치른다. 수술 후 인지 기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나긋나긋하던 평소 모습은 간데없고, 딸에게 상욕까지 한다. 간병 경험이 없는 가족들은 폭력적으로 바뀐 어머니를 감당하기 어렵다. 의사는 “뇌수술 직후니 지켜보자”고 하지만, 요양원에서는 증상을 듣더니 ‘치매’라고 단언한다. 그렇게 요양원에 입소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오 여사는 요양원 탈출을 감행한다. 정말로 창문을 열고 1층 높이에서 뛰어내렸다. 차츰 체력을 회복하며 정신이 조금씩 들기 시작하자 자신이 요양원에 갇힌 것을 인지했고, 가족들이 자신을 꺼내주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한 것이다.
저자는 “탈출 소식을 듣고 죄책감이 심했다”고 했다. 어머니 증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다. 그런데 오 여사는 딸을 원망하지 않고 다독였다. ‘유미야, 이제 괜찮아. 너는 할 만큼 했으니까 이제 좀 쉬어’라고. 이 모든 일이 약 5개월 새 벌어졌다. 요양원을 제 발로 걸어나온 오 여사는 현재 노인회관에서 친구도 사귀고, 훌라춤도 배우며 다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인간은 ‘자유’를 갈망해요. 그런데 아픈 순간부터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의지대로 살지 못하고 그 자유가 침해당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머니 사례를 직접 겪으며 느낀 바가 많다. 그는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통제받으면서, 묶여서 삶을 마감한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사회적인 관심, 제도 등이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