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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에 귀 기울일 것

에이미 틴터라 장편소설 | 이유림 옮김 | 432쪽 | 북플라자 | 1만8000원

내 이름은 루시. 미제 사건을 해결한 팟캐스터가 나를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지목했다. 나는 직장에서 해고당했고 남자친구는 나를 피하는 눈치다. 팟캐스트 ‘거짓말에 귀 기울일 것’ 때문에 나는 1만5000명이 사는 마을 플럼튼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됐다. 현재 그곳에 사는 게 아닌데도.

5년 전 고향 친구 새비가 살해당한 밤에 나도 피투성이로 구조되었는데, 깨어나 보니 내가 새비를 죽인 범인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다. 나는 여전히 그날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칼로 도려낸 것처럼 사라졌다. 그 자리에 들어찬 것은 온갖 사람을 죽이는 상상. 상담사는 그 생각도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쉽지 않다. 이쯤 되니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것이다. 혹시 정말 내가?

윤고은 소설가

상황은 끔찍한데 문체는 통통 튄다. 초반부터 ‘살인 용의자로 살다 보니 빨리 늙어버린 것 같다’(46쪽)고 말하는 루시에게 독자는 덜미를 잡힌다. 루시의 1인칭 서술과 벤의 팟캐스트 방송이 교차하는 구성도 몰입감을 더한다. 루시가 익명의 도시 LA를 떠나 사건 현장이라 할 만한 플럼튼으로 돌아오면서 두 사람은 만난다. 여기에 끼어든 로맨스는 다소 진부하게 느껴졌지만, 그 또한 이 소설의 잔재미라는 것을 인정한다.

강렬한 표지와 제목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현실에 비하면 확실히 순한 맛이다. 두 가지 요소 덕분에 그 순함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나는 소설에서도 언급한 ‘팟캐스트의 윤리’이고 다른 하나는 ‘나한테 전부 말하지 않아도 돼. (중략) 난 널 아니까’(379쪽)라고 말해주는 사람이다. 루시에게는 할머니가 그런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