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조선 당쟁사

이한우 지음 | 21세기북스 | 516쪽 | 4만5000원

조선 당쟁(黨爭)의 본질은 단순한 권력 다툼이 아니라, 사상적 변화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필연적 결과라고 이 책은 말한다. ‘논어’와 ‘주역’의 핵심은 사실 강명한 군주론인데, 이것을 다르게 해석한 주자학이 전파되면서 신하들끼리 싸울 수 있다는 관념이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조선 중기에 이르러 적통이 아닌 선조가 즉위하고 주자학자들이 정치에 개입하면서 당쟁은 본격화됐다.

사림이 동인과 서인으로 분열하고, 동인은 남인과 북인으로, 북인은 소북과 대북으로 나뉘었다. 정권 획득에 성공한 서인은 노론·소론과 시파·벽파로 끊임없이 분화했다. 당쟁은 정치적 형세와 인적 자원 때문에 지속됐는데 서인-노론-벽파 계열에 인재가 몰렸다. 영조는 당파 간 균형을 통해, 정조는 왕권 강화를 통해 탕평을 하려 했지만 모두 후반부로 갈수록 척신 정치에 의존했다.

결국 ‘왕권을 가볍게 여긴 주희 신봉자들의 권력 투쟁’으로 규정할 수 있는 당쟁은, 순조 대에 이르러 외척이 주도하는 세도 정치로 변질됐고 끝내 조선을 망쳤다. “깊이 있고 유연한 사고가 결핍된 사회에선 교조가 판을 치고, 철저하고 독립적인 사고가 결핍된 사회에선 얄팍한 교리에서 비롯된 선동이 힘을 발휘한다”고 저자는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