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아람 Books 팀장

“글쓰기는 일종의 여행이에요. 갔다가 오는 것, 이것이 서사의 기본 구조죠. 여기 칠판을 볼까요? 주인공 A는 오른쪽의 일상에서 왼쪽의 비일상으로 갔다가 이렇게 반원을 그리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향했다가, 처음 떠났던 원래의 자리로 귀환하는 거예요. 여행처럼요. 하지만 정확하게 떠났던 그 자리로 돌아오는 건 아니죠.”

문지혁 소설 ‘중급 한국어’(민음사)에서 읽었습니다. 주인공 ‘나’는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칩니다. 그는 칠판에 ‘비일상’과 ‘일상’이라는 단어를 적고 사이에 선을 그어 구분한 후 A가 비일상을 거쳐 일상으로 돌아가는 궤적을 그리며 말합니다. “그림에도 보면 이 반원의 지름만큼 다른 위치로 돌아오게 되잖아요? 도착 지점에 미세한 변화가 생기는 겁니다. 마치 오랫동안 여행을 다녀온 우리가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것처럼요. 그러면 돌아온 A는 뭐가 될까요? B? C? 아니면 그대로 A? 만약 A가 제대로 된 여행을 다녀왔다면 아마 A는 A′가 되어 있을 거예요. 작지만 분명한 변화를 겪게 되는 거죠.”

여행을 다녀온 A가 A′가 되는 것처럼, 좋은 이야기는 결말에 변화가 들어 있어야만 한다고 ‘나’는 말합니다. 작가는 직접 말하기보다는 주인공의 마지막 변화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독자에게 ‘보여 주는’ 거라고요. “쓰기 전의 나와 쓴 다음의 나는 결코 같지 않습니다. 말했잖아요? 우리는 A에서 A′가 되었으니까요.”

A에서 A′로 변화…. 이는 ‘읽기’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일 겁니다.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나는 결코 같지 않으니까요. 독서라는 여정을 통해 우리는 결국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합니다. 그것이 책 읽기의 궁극적 의미라 생각합니다. 이번 주 Books 지면이 독자 여러분께 그런 여정을 안겨드리면 좋겠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