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게
안녕달 글·그림 | 창비 | 64쪽 | 1만6800원
개나리 활짝 핀 봄날 교문 앞, 한 할머니가 커다란 함지박 가득 담아온 별을 나눠 주고 있다. “다 키우면 보름달만큼 크게 자란단다.” “우와, 우와!” 감탄하는 아이들 웃음만큼 별도 개나리도 밝게 반짝인다.
아이는 조심조심 두 손 안에 별을 들고, 벚꽃잎이 꽃비처럼 날리는 바닷가 길을 걸어 집으로 간다. 붉은 동백 몽글몽글 피어난 집에 들어선 아이의 목소리가 한껏 들떠 있다. “엄마 엄마, 이것 봐! 별이야!”
엄마는 별을 정말 보름달만 하게 키웠던 어릴 적 이웃을 떠올린다. “도시라 다들 별을 잘 못 키워 사라지곤 했는데, 그 집 앞은 밤에도 환했어.”
달빛을 받아야 잘 자라는 별을 위해 아이는 매일 밤 산책을 나간다. 재잘재잘 친구들과의 하굣길에도, 동네 아주머니들과 수다 떨며 귤을 딸 때도, 파도 잔잔한 날 작은 배를 띄워 오징어 낚싯대를 드리울 때도 별은 늘 아이 곁에서 환하게 빛을 냈다.
고향, 동네, 골목길, 친구, 봄꽃, 밤하늘, 바다…. 마음 한구석 잠들었던 그리운 것들에게 새 숨결을 불어넣는 그림책. 아련한 옛 기억 속 어딘가, 소중히 품어 길렀던 ‘무언가’가 누구에게나 있었다. 그건 서로를 보듬고 아꼈던 가족과 친구의 정이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씩씩한 꿈이었을 수도 있다. 반려견을 데리고 매일 산책을 하듯 정성들여 숙성시킨 그 ‘무언가’는 각자의 가슴속에서 빛나는 별이었다. 어른의 삶을 살게 된 뒤에도 그 별은 봄꽃 만발한 고향집 마당에 환히 빛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도시에서 대학을 나와 직장인이 된 딸에게 엄마가 전화를 한다. “별이 벌써 다 커 버렸네.” 이제 별을 보내줘야 할 때다.
“별아, 너 우리 집에 처음 온 날 기억나? 네가 와서 참 환해졌지. 와 줘서 고마워. 보고 싶을 거야.” 별이 두둥실 하늘로 떠오른다.
“안녕, 잘 가!”
별은 떠났지만, 엄마와 딸은 하늘에서 반짝이며 손짓하는 둘만의 별을 알아볼 수 있다. 읽는 이의 마음에도 별 하나가 환하게 떠오르는 듯하다.
‘수박 수영장’ ‘겨울 이불’ ‘눈, 물’ 등 표지만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뚜렷한 개성의 그림책으로 사랑받는 작가 안녕달의 12번째 책. 동글동글한 인물 묘사도, 색연필의 부드러운 질감이 살아있는 그림체도 정겹다. 마음까지 봄날처럼 따뜻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