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수 연구
심지연 지음 | 백산서당 | 350쪽 | 3만원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뿌리를 내렸다’고 재평가받는 지금, 경남대 명예교수이자 국내 대표적 정치사학자인 저자는 “그 점에서 설산 장덕수(1894~1947)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 도입에 큰 역할을 한 ‘이승만의 브레인’이야말로 장덕수였다는 것이다.
그는 식민지 시기 독보적인 지식인이었다. 저자는 장덕수가 1925년 쓴 미국 컬럼비아대 석사 학위 논문 ‘마르크스 국가관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재조명하며 “지금 읽어도 탁월한 글”이라고 평가한다. 장덕수는 전국을 순회하며 교육과 여성 해방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언론을 통해 민족의식을 고취했다. 일제 말에는 악몽 같은 굴절의 시간도 없지는 않았다.
해방 후엔 한국민주당 창당을 주도하며 정치 일선에 뛰어들었다. 국내외 정세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명석한 논리로 정국의 앞날을 분석했다. 정부 수립 전 암살됨으로써 그의 역할이 잊힌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선거가 가능한 지역인 남한에서 먼저 선거를 실시해 정부를 수립하고 통일을 추진한다’는 그의 현실주의적인 방안이 결국 채택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