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낚시, 야구는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도 막상 관련 책은 잘 보지 않는 분야로 거론된다. 야구 영화도 마찬가지다. 성공시키기가 쉽지 않다. 최근 극장 관람이 줄어 영화 산업 전체가 위기다. 반면 올해 프로 야구는 대성공이다. 개막한 지 2주 남짓 됐을 때 이미 100만 관중을 넘어섰다. 야구 직관은 나름 시간과 정성 그리고 돈이 드는 문화 활동이다. 일본 청년들이 골방으로 빠져들었던 것과는 달리, 한국의 많은 청년은 야구장으로 향하고 있다. 극장을 포기한 청년들이 온라인 세계가 아니라 야구장으로 이렇게 많이 향하게 될 걸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한화 이글스와 KBO 리그를 대표했던 타자 김태균의 ‘타격에 관한 나의 생각들’(브레인스토어)을 최근의 프로 야구 붐을 이해해 보려고 집어 들었다. 김태균에 대한 나의 지레짐작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가 훌륭한 재능과 좋은 신체를 부여받은 천재가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겨우겨우 찾아낸 타격 이론 덕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조금 충격적이었다. 어렴풋이만 알던 톱스핀과 백스핀의 차이를 이제야 이해했다. 공 아래를 때려야 백스핀이 걸리면서 타구가 좀 더 멀리 뻗을 수 있단다. 요즘 투수 직구에 대해서 rpm(분당 회전수)을 따지는 것과 같은 비슷한 원리다.
책을 읽고 나자 해탈한 사람이 쓴 글을 읽은 것 같은 존경심이 들었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은데 그걸 만회하겠다고 더 훈련 강도를 높였다. 그래서 힘이 부쳤다.” 나이를 먹으면 체력을 관리해야 하는데, 스피드와 근력이 떨어지는 것을 훈련으로 만회하려다가 부상이 와서 더 일찍 은퇴하게 되었다는 말이 가슴을 때렸다. 내가 요즘 그렇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느 분야든 최고에 오른 사람에게는 배울 게 있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이 쓴 글이나 말들은 대개 “나처럼 해봐요, 요렇게”다. 맞는 말이라도 재수가 없어서 결국 집어던지게 된다. 김태균은 그러지 않았다. 기술 분석으로 담백하게, 선수 인생을 돌아보며 짠하게, 글자들이 내 망막에 맺혔다. 은퇴가 가까운 분들께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야구 기술 대신 늙어가는 것을 부드럽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