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밀크 그래피티

에드워드 리 지음|박아람 옮김|위즈덤하우스|416쪽|2만3800원

에드워드 리가 이렇게 훌륭한 이야기꾼인 줄 몰랐다. 예능 ‘흑백요리사’로 사랑받은 한국계 미국인 셰프가 2년간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쓴 에세이다. 요리 한 그릇에서 출발해 음식을 만든 사람의 사연, 지역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핫도그나 햄버거가 아닌 우리가 몰랐던 ‘미국 음식’을 만나게 된다. 자메이카 칠리 파우더로 김치를 만드는 부모를 보고 자란 그에게 미국 음식의 이야기는 곧 이민자의 이야기다. 온갖 러시아 방언이 들려오는 뉴욕 브라이턴 해변에선 위구르 음식 ‘라그만 수프’를 맛보고, 어떤 음식이든 맛을 끌어올려 준다는 신비의 버터 ‘스멘’의 레시피를 전수받기 위해 모로코 이민자의 집을 찾는다.

호기심 많은 요리사가 비기(祕技)를 찾아 떠나는 소설처럼 흥미진진하다. 제목은 그의 삶을 함축하는 두 단어. 미국 남부 요리의 대표 재료인 버터 밀크와 방황하던 어린 시절 푹 빠졌던 그라피티를 합쳤다. 자신의 인생이 담긴 비빔밥 요리로 보는 이를 울컥하게 했던 저자의 깊은 내공과 풍미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