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사랑한 젊은 작가들
김민철 지음 | 한길사 | 312쪽 | 2만원
1990년생 작가 이유리의 단편 ‘브로콜리 펀치’에는 어느 날 갑자기 오른손이 브로콜리로 변해버린 남자가 나온다. 사람 손이 왜 브로콜리로 변했는지, 어떻게 되돌릴 수 있는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우리가 먹는 뽀글뽀글한 푸른 송이는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 상태. 남자가 마음에 맺힌 응어리를 풀면서 오른손의 브로콜리는 예쁜 꽃을 피워낸다.
문학과 식물을 사랑하는 저자가 2020년대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을 읽고 작품 속 식물을 소개한다. 저자는 소설 속 꽃도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포착해낸다. 과거의 소설에선 팬지 등 화단 꽃과 야생화가 자주 보였다면, 요즘 소설에는 고무나무 같은 실내 식물이나 절화(折花), 반얀트리 같은 해외 식물이 등장한다.
식물의 생태와 역사적 배경을 아우르며 작품에 쓰인 꽃과 나무의 의미를 해설한다. 백수린의 ‘여름의 빌라’에서 린덴바움은 유학생의 열정을,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에서 레후아꽃은 1950년대 하와이로 이민을 가 척박한 땅에서도 뿌리내린 주인공을 상징한다. 20여 년 동안 기자로 일하면서 곳곳에서 찍은 자료 사진도 눈을 즐겁게 한다. 눈길을 붙드는 꽃 때문에 걸음을 늦추게 되는 계절, 봄에 읽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