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해변에서

캐럴라인 도즈 페넉 지음|까치|392쪽|2만3000원

유럽이 ‘아메리카’를 발견했을 때, 아메리카도 ‘유럽’을 발견했다. 기존 유럽 중심적 사관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아메리카 원주민의 시각으로 다시 보는 대항해 시대 이야기다.

유럽과 아메리카가 처음 조우할 무렵, 원주민 수만 명이 유럽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대부분 사라지거나 왜곡돼 왔다. 우리가 흔히 ‘포카혼타스’라고 알고 있는 인물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대부분 요즘 사람들은 이 여성의 이름을 제대로 읽기조차 어려워할 것”이라며 “22세가 되기도 전 영국에서 사망한 이 여성의 이름은 ‘마토아카’로, 그녀의 정체성은 400년 동안 이용당하고 허구화됐으며 착취됐다”고 말한다.

아즈텍 문명 연구 권위자인 저자가 세밀한 자료 조사와 기록을 바탕으로 전하는,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향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이야기다. 그들 눈에 비친 유럽은 풍요와 불평등이 공존하고, 무력보다 핏줄을 중시한 ‘야만의 해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