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귀화한 마라톤 국가대표 오주한. /오임석 청양군청 트레이너 제공

MBC 도쿄올림픽 중계진이 부적절한 해설로 또 다시 입길에 올랐다. 이번엔 케냐에서 귀화한 마라톤 국가대표 오주한이 부상으로 기권하자 “찬물을 끼얹는다”는 식의 발언이 나왔다.

오주한은 8일 도쿄올림픽 마라톤 레이스를 기권했다. 경기 초반 선두권에서 달리던 오주한은 13.1㎞ 지점에서 왼쪽 허벅지 통증으로 멈춰 섰고, 결국 15㎞ 지점을 통과하지 못하고 레이스를 중도 포기했다.

논란이 된 발언은 오주한의 기권이 결정된 직후 나왔다. 오주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던 MBC 해설위원은 오주한의 기권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네요. 찬물을 끼얹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해설위원은 “참 기대를 많이 했는데 아쉽다” 등의 발언도 이어갔다. 다만 MBC 캐스터는 “메달도 중요하고 레이스도 중요하지만 선수의 건강 상태가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큰 탈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상에는 해설위원의 발언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연이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본인(오주한)이 세상 누구보다 억울하고 속상할텐데, 어떻게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하고 피땀 흘려 준비한 선수에게 ‘찬물을 끼얹네요’라고 하느냐”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들도 “해설 이렇게 할 거면 AI한테 맡겨라. ‘기대했는데 찬물을 끼얹었다’가 할 소리냐”, “걱정 멘트 하나도 안하고 계속 실망스럽다는 듯한 멘트만 하는데 진짜 별로”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박성제 MBC 사장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회식과 남자 축구 중계 등에서 벌어진 그래픽과 자막 사고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MBC

이번 올림픽에서 MBC는 부적절한 해설과 자막 등으로 여러 차례 논란의 대상이 됐다.

지난달 23일 개막식에는 각국 선수단 입장 때 우크라이나에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 엘살바도르에 비트코인 사진 등 부적절한 사진을 사용해 국내외 시청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이에 MBC는 한 차례 사과했으나 지난달 25일 우리나라와 루마니아의 남자 축구 예선전에서도 상대 선수의 자책골에 “고마워요 자책 골”이란 자막을 넣어 현지 축구 협회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연이은 논란에 결국 박성제 MBC 사장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러나 박 사장의 사과 당일 열린 유도 남자 73㎏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또 다시 논란의 발언이 나왔다. 당시 MBC 캐스터는 안창림 선수가 아제르바이잔의 루스팀 오루조프를 꺾고 동메달을 따자 “우리가 원했던 색깔의 메달은 아니지만”이란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