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오지헌과 아버지 오승훈씨. /인스타그램

개성 있는 외모와 유행어로 큰 인기를 끌었던 개그맨 오지헌(43)이 지난 10년간 방송 활동을 중단한 이유를 밝혔다.

오지헌은 8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아버지 오승훈씨와 함께 출연해 유복했던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의 갈등, 방송 섭외를 거절한 이유 등에 대해 털어놨다.

아버지 오씨는 1990년대 ‘일타강사’로 이름 날리던 국사 선생님으로 그 당시 한 달 수강생만 1500명 이상이었다고 회상했다. 매일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강의 7개를 소화하는 바쁜 삶을 산 결과 월수입은 5000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오씨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강남 아파트 시세가 약 3000만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지헌은 자신에게 아버지란 ‘성공한 아버지’이기보다 ‘바쁜 아버지’였다며 함께한 추억이 많지 않음을 아쉬워했다. 그는 “거의 아빠를 못 봤다. 바쁘셔서 집에 자주 들어오시지 못했다”며 “뭔가 많이 물어볼 시기가 있지 않나. 아버지에게 물어볼 부분이 있는데 그걸 많이 못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부모님의 이혼 후 한동안 아버지와 절연했던 과거도 고백했다. 오씨는 “아들이 개그맨이 된 걸 TV를 통해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지헌은 “어머니, 아버지 사이가 안 좋아지며 안 보는 기간이 있었다. 제가 고3 수능을 보던 때였다”며 “아버지가 저를 위해 고생을 많이 하셨다. 그런데 말을 예쁘게 못 하시니까 저는 나름대로 상처를 받았고 같이 있으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대에 가장 변동이 많았다. 재수해 대학에 가고 군대에 가고 개그맨으로 잘 되고. 감정의 소용돌이가 컸다”며 “비유를 하자면 히말라야 등반을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급하고 잘하니까 3일간 갈 길을 하루 만에 간다. 그런데 셰르파들은 주저앉는다. ‘왜 못가냐’고 물으면 ‘몸은 여기까지 왔지만 마음은 아직 못 따라왔다’고 한다. 제가 그런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회복된 계기를 전하면서는 할머니를 언급했다. 그는 “할머니가 아프셨는데 아버지가 ‘손자 된 도리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먼저 손을 내미셨다”며 “그 시대 부모님은 표현을 잘 못 하신다. 제가 아니라 아버지가 먼저 손 내밀어 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하다. 이제는 아버지가 저를 사랑하는 걸 너무 잘 안다”고 울컥해 했다.

오지헌은 이런 성장 과정의 영향을 가장이 된 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가 표현이 서투시니까 저도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지만 잘 배우지 못해 표현을 못 하겠더라”며 “그런 부분은 아내에게 배운다.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말해야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는다’고 해준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결혼하고 나서 30대부터는 방송이 들어와도 안 했다”며 “소소한 행복 있잖아. 아내와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한 10년을 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사이 동기들은 스타가 되어 있더라. 그래도 그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 10년 동안 마음이 많이 따라왔기 때문”이라며 “아빠가 아무리 잘나가도 아이 입장에서는 모른다. 기억나는 건 아빠가 얼마나 부자였는지가 아닌, 함께 여행가고 같이 뭔가를 먹었던 소소한 추억”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손녀들에게 한없이 따뜻한 할아버지가 된 아버지에 “너무 최선을 다해 사셨기에 후회하지 않으셨으면, 아들에게 존경받는 아빠라는 걸 아셨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전했다. 오씨 역시 “지금처럼 살아가면 된다. 더 바라는 것 없다”고 말해 훈훈함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