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일일드라마 ‘황금가면’에 아동학대를 묘사하는 장면이 연달아 등장해 시청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5일 방송된 ‘황금가면’ 32회에선 계모 서유라(연민지 분)가 유치원생인 홍서준(정민준 분)을 괴롭히는 모습이 그려졌다. 극중에서 홍선우는 홍진우(이중문 분)와 유수연(차예련 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이후 홍진우는 유수연과 헤어지고 서유라와 재혼했다. 그러나 홍진우가 전부인을 잊지 못하자, 서유라가 이에 대한 화풀이를 홍서준에게 한 것이다.
서유라는 아픈 홍서준에게 “배고프니?”라고 물으며 죽을 내민다. 홍서준이 울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넌 좀 굶어봐야 돼. 아빠나 사람들이 물어보면 먹었다고 해”라며 아들이 보는 앞에서 죽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또 다른 장면에선 서유라가 우는 아들을 향해 “또 옷장 속에 들어가야겠다”고 말한다. 지난달 방송분에는 서유라가 친모와의 추억이 담긴 인형을 아들에게서 빼앗는 모습이 그려졌다.
아동학대 묘사와 관련해 ‘황금가면’ 시청자 게시판에는 30건 넘는 민원 글이 올라와 있다. 시청자들은 “막장도 적정한 선이 있다. 드라마가 아이가 있는 가정에 나쁜 영향을 끼칠까 두렵다” “단순한 구박이 아니라 학대에 가까운 장면이다” “가족 드라마 시간대 보기 불편한 장면” “공영방송이 사회적 이슈인 아동학대를 소재로 다뤄야 하나” 등의 의견을 전했다.
KBS 측은 6일 조선닷컴에 “지난 5일 방송된 일부 장면은 다시보기와 재방송에서 수정할 것”이라며 “33회 이후로는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려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유의해서 제작하겠다”고 했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양부모나 계부모를 아동학대 행위자로 묘사한 것이 대중에게 잘못된 편견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아동학대 가해자 중 72%는 친부모이며, 계부모에 의한 학대는 3%, 양부모는 0.3%로 집계됐다.
학대 받는 연기를 하는 아역 배우의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아역배우가 연출임을 인지하더라도 자극적인 상황에 놓이면 정서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며 “서사에 반드시 필요한 장면이라도, 아역 배우에게 자극을 주는 행위를 최소화하는 등 연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