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서 ‘어제신문’ 계정을 운영하는 양선영(25)·권소영(24)·선우다연(25)·이지원(25)·하연수(26)씨(왼쪽부터).이들은 한국언론진흥재단 내 신문 읽기 모임을 계기로 종이 신문을 접했다. 그동안 이들 포함 15명이 거쳐가며 신문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했다. 현재 이들이 올린 게시물을 받아보는 사람은 670여 명이다. /고운호 기자

카피라이터 정지나(30)씨는 2년 전 신문 구독을 시작했다. “온라인 뉴스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그대로 옮긴 경우도 많고, 겹치는 기사도 많아 일일이 걸러내는 게 더 피곤했어요.” 그는 “신문은 제목이나 지면의 배치 등 카피라이터로서 참고할 만한 것이 많아 꽤 유용하다”고 했다.

그 어느 때보다 뉴스가 넘쳐 나는 시대다. 기존 신문사들이 만드는 뉴스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보고 있을까. 신문사들이 만드는 뉴스를 지면뿐 아니라, 스마트폰·PC 등으로 접한 비율을 의미하는 이른바 ‘결합열독률’(2021년 언론수용자조사)은 89.6%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 외에 모바일이나 PC 등으로 신문 기사를 보거나 들은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물음에 거의 90% 가까운 사람들이 그렇다고 답한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20대의 결합열독률 수치는 96.9%로 평균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는 온·오프 라인 구분 없이 오히려 젊은 세대에서 기존 신문사들이 생산하는 뉴스를 더 많이 접하고 있는 것이다.

20~30대에서 ‘종이신문’ 자체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모습도 발견된다. 인스타그램 계정 ‘어제신문’은 종이로 신문을 읽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회원들은 자신들이 읽은 신문에서 인상 깊었던 기사를 사진 찍어 올리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원래는 2년 전 서울 광화문의 한국언론진흥재단 일부 직원들이 시작한 소규모 모임이었는데, 최근 20대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로 문호가 개방되면서 지금은 670여 명이 신문 캡처나 주요 기사 모음을 정기적으로 받아보고 있다.

신문사 뉴스 결합 열독률 변화

이 모임 회원인 선우다연(25)씨는 “솔직히 온라인에선 어떤 사건이 발생한 뒤 바로 기사가 올라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 빠른 시간 동안 얼마나 내용 검증이 되었을지 의심 들 때도 있다”며 “온라인 기사를 곧이곧대로 믿는 편은 아니다”고 했다. 반면 “신문은 기자들이 더 오랜 시간 동안 취재하고 토론한 내용을 싣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만큼 검증된 정보이기 때문에 신뢰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가 신문을 ‘신뢰할 만한 뉴스원’으로 바라보는 것은 우리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언론연구소(API)가 이른바 ‘MZ세대’인 16~40세 미국인 5975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수행한 연구에선 조사 대상자의 약 74%가 최소 주 1회 이상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 전통 매체 뉴스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이들에게 ‘전통 매체에 무엇을 기대하느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응답은 ▶사실 확인 및 팩트체크(69%) ▶불편부당과 공평하기(61%) ▶중립성 유지(67%) 등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로 혼란스러운 환경에서 정확하고 객관적이고, 정치적으로 치우치지 않은 뉴스를 원한 것이다. 영국은 작년 7월 온라인 허위 정보 확산을 막기 위한 ‘온라인 안전법(internet safety law)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이른바 ‘공인된 뉴스 매체(recognised news outlets)’ 기사를 함부로 삭제하지 못하도록 했다. 영국 정부는 법안 취지를 설명하면서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뉴스 퍼블리셔(News Publisher) 콘텐츠를 구글·메타(페이스북) 등의 플랫폼 사업자들이 임의로 조치할 수 없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이 독자들에게 신뢰를 받을 경우 상업적으로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뉴스미디어연합(INMA)이 전 세계 주요 27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간한 ‘뉴스 브랜드의 신뢰 재(再)구축 방안’(2021) 보고서에서도 조사 대상 국가 국민의 30%가 ‘신뢰할 수 있는 뉴스에는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정치와 사회가 점점 더 양극화되고 의견이 분분해지면서 공정하고 편견 없는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들에 국내외의 뉴스 이용자들이 더 많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