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엄마랑 목포 압해대교 근처서 2평(약 6.6㎡)짜리 가게 열고 생선 손질해 판매하기 시작할 때 제 두 손은 온통 비늘과 가시에 찔려 엉망이었거든요. 지금은 눈 감고도 하죠. 홍어 손질은 목포에서 제가 1등(웃음)! 이제 목포 바다를 떠나 트로트의 바다에 나왔으니, 무대에서 펄떡펄떡 뛰어볼랍니다.”
지난 16일 막을 내린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2-새로운 전설의 시작(이하 ‘미스터트롯2)’에서 선(善)을 차지한 박지현(28)은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활어 보이스(voice·목소리)’라는 애칭을 얻었다. 전남 목포 태생인 그는 미스터트롯2 대학부로 출전한 신인. 마스터 예심에서 부른 ‘못난 놈’(원곡 진성)이 미스·미스터트롯 시리즈 역대 최단 시간 올하트를 기록하며 예심 진(眞)도 됐다. 1m83 훤칠한 키에 작은 얼굴, ‘활어’처럼 신선하고 밝은 이미지까지 어우러지며 시청자들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하지만 예심 방송 이후 마스터 장윤정과 같은 소속사 연습생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생선 손질하는 모습을 방송에서 보여주며 “대학생이자 ‘수산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각종 커뮤니티엔 (연습생을 빙자한) ‘가짜 수산업자’라는 타이틀로 그의 이름이 올라왔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시는 것에 상처 받지 않려고 자기 최면도 걸어봤지요. 그때 ‘미스터트롯2′에 함께해 주신 나상도(4위)·안성훈(眞) 형님 등이 ‘이런 것(오명)도 금방 지나간다’ ‘최선을 다하는 무대 계속 보여주면 언젠가 대중의 인식도 바뀐다’는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버티는 힘이 됐지요.”
트로트 가수에 대한 열망도 그의 심지를 굳게 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좋아하셔서 흥얼거렸는데, 제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유별난 건지 몰랐어요. ‘미스터트롯1′을 보며 ‘나 같은 사람도 할 수 있을까?’ 하고 품었던 꿈이 이렇게 되다니 진짜 꿈만 같네요.”
그의 부모님은 한때 목포에서 이름 대면 알 법한 PC방 등을 운영했지만 업종 트렌드가 바뀌면서 힘든 시절을 지냈다. 엄마·아빠, 그와 누나 둘이 두 명씩 아침·저녁 교대로 쪽방에서 잠을 자며 PC방을 지키기도 했다. “고3 때 엄마랑 생선 손질해서 온라인 택배 판매하는 일 시작했을 때, 하루에 주문 5개만 들어와도 ‘경사 났다’며 좋아하고 행복해했거든요. 내세울 것도 없었던 당시에 찾아와 주신 고객분들께 보답하는 마음으로 노래할게요.”
그에게 “어머니를 도와드리는 효자”라고 말했더니 “자식이면 부모 도와드리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고 했다. “엄마가 닦아놓으신 길(수산업)에 묻어가며 미래가 불투명해 보이던 ‘못난 놈’이 이렇게 트로트의 바다에 나와 ‘잘난 놈’ 된 거 같아 감사하죠. ‘미스터트롯2′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펄떡펄떡 신선한 노래 택배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