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다시 시작된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데프콘 어때요’의 신윤승(왼쪽)과 조수연이 코믹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저랑 선배랑 궁합도 안 본다는 여섯 살 차이예요.” “궁합은 보기 싫어서 안 보는 겁니다.” KBS2 개그콘서트 ‘데프콘 어때요’의 두 주인공인 소개팅 남녀 신윤승(39)·조수연(33)은 인터뷰 중에도 끊임없이 ‘티키타카’를 이어갔다. 나이를 묻는 평범한 인터뷰 질문에도 바로 ‘들이대는 여자와 철벽남’이란 캐릭터에 딱 맞는 상황극이 터져 나왔다. “3년 만에 부활한 개콘을 혼자 먹여 살리고 있다”는 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자신감 넘치고 ‘많이 먹는’ 여성과 조곤조곤한 말투로 본심을 말하는 남성의 엇갈리는 대화가 이 코너의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 예컨대 “데프콘 닮은 여자 어때요?” 하고 물으면 남자가 “자신에게 굉장히 객관적이시네요” 대답하거나, 남자가 “음식 상한 거 같다”고 하면 여자가 “쉰 음식 못 드세요?” 반문하면서 웃음이 터진다. ‘외모와 식탐을 웃음의 소재로 삼았다’는 일부의 비판은 오히려 무성의하게 느껴질 정도로 공들인 티가 많이 난다.

아슬아슬한 성(性)적 농담은 이 코너만의 특징. 작년 12월 첫 주 방송에서 “수연씨 어제 뭐했어요?”라는 물음에 “브라질리언 왁싱요…. 언제 같이 가실래요?”라는 말에 당황한 남자가 “저 그런 거 싫어합니다”라고 하자, “그럼 기를게요” 하는 식이다. 통편집(녹화만 하고 방송을 하지 않는 경우)이 될 수도 있었지만, KBS는 딱 그만큼만 방송을 내보냈다. 덕분에 편집되지 않은 유튜브 ‘무삭제판’이 더 유명해졌다. 개콘 코너 중 유튜브에서 100만 회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한 것도 바로 이 코너. 신윤승은 “녹화 때면 ‘방송에 나갈 수 있는 것만 하자’ 하는 편인데, 막상 시작되면 안 될 때가 많다”면서 “나중에 편집하면 되니까 제작진도 이제는 일단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봐주는 편”이라고 했다.

개그콘서트 ‘데프콘 어때요’ 방송 장면. /KBS

‘데프콘 어때요’는 매주 금·토·일 오후 서울 홍대 앞의 코미디 전용 ‘윤형빈소극장’ 공연 무대에도 오른다. 조수연은 “주말 내내 공연을 통해 관객이 어느 지점에서 터지는지를 체크해 최종본을 수요일 녹화 무대에 올린다”고 했다. 두 사람의 감이 남다르고, 호흡이 ‘찰떡’일 수밖에 없는 이유. 특히 금요일 밤엔 19금(禁) 무대 ‘홍콩쇼(홍대콩트쇼)’의 한 코너로 등장해 한껏 수위를 올린다. 금요일이던 지난 15일 저녁에도 150명 가까운 관객이 객석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원래는 둘이 유튜브용으로 만든 콘텐츠가 시작이었다. 호응이 좋아 무대에 올렸고, TV까지 진출했다. 데프콘과 조수연은 어떤 관계일까. “처음 제목은 ‘돼지 같은 여자 어때요’였어요. 하지만 방송에 적합하지 않아 평소 저랑 닮았다는 말을 들었던 가수 데프콘으로 바꿔치기 한 거죠. 실제로는 모르는 사이예요.”

무명 생활이 꽤 길었다. KBS 공채로 각각 2012년, 2013년 데뷔했다. 신윤승이 “당황하셨어요?”를 유행시킨 ‘황해’에서 보이스 피싱 전화를 받는 행인으로 나왔다거나, 조수연이 인기 개그우먼 이수지의 친구로 매번 방송에 나왔다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그러다 개콘이 어느 날 폐지됐고, 코로나까지 겹치며 활동 공간이 사라졌다. 신윤승은 “그 기간 실력을 갈고 닦았다”고 했다. 유튜브에 동료 박민성과 ‘희극인’(구독자 61만명)이란 채널을 개설해 끊임없이 아이템을 개발했다. 신윤승은 “한 번도 정점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뭔가 증명해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계속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신윤승은 개콘의 또 다른 코너 ‘봉숭아학당’에서 모두 다 아는 제품조차 상표명을 가린 채 방송하는 지상파를 소재로 ‘KBS 이상해’라는 유행어도 만들었다. 어떤 비판적 의미를 담았느냐고 묻자, 그는 “웃음만 줘도 충분하죠, 코미디가 꼭 뭔가를 풍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라면서 “웃음 자체가 의미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둘은 개콘 부활로 원하는 것을 이뤘을까. “저는 이제 선배랑 결혼하면 되지 않을까요, 출연자끼리 맺어지면 장수 코너 될 것 같아요.” “수연아, 개그를 위해 내 인생을 어디까지 포기해야 되는 거니.” 아무래도 이 둘이 주고받는 개그는 당분간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데프콘 어때요

KBS2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두 남녀가 처음 만난 소개팅이 소재. 적극적 애정 공세를 펼치며 ‘들이대는’ 여자한테 기겁해 도망가려는 남자의 모습이 웃음을 유발한다. 관객들은 매회 “뽀뽀해”를 외치며 여자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