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흔한 상황 중 하나는 아이가 열이 나는 경우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환절기에 부모들은 아이의 열이 단순 감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질병으로 인한 것인지 알 수 없어 곤란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최근엔 코로나가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21일 질병관리청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을 연기한다고 발표해 부모들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아이에게 열이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발열은 신체가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증상이다. 다만 그 자체만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기침, 콧물 같은 감기 증상 이외 증상을 동반할 경우엔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감기와 혼동할 수 있는 발열 질환
감기와 혼동할 수 있는 발열 질환은 많다. 대표적인 게 코로나다. 그러나 열이 난다고 반드시 코로나는 아니다. 열이 난다고 무조건 선별진료소를 즉시 방문할 필요는 없다. 다른 증상 없이 발열 증상만 있으면 해열제를 하루 이틀 정도 복용하면서 기다려 볼 수 있다. 이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호흡곤란, 심한 기침, 후각 이상 등의 다른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엔 가까운 선별진료소를 찾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폐렴도 초기 증상이 발열, 기침 등 감기와 비슷하다. 감기는 대부분 가벼운 대증 치료로 2주 내에 저절로 치유된다. 하지만 폐렴은 증상이 더 오래 지속되고 흉통이나 호흡곤란 등의 심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사흘 이상 고열이 계속되면서 가래와 기침이 심하거나, 호흡수가 평소보다 많이 빨라질 때, 그리고 갈비뼈 사이와 아래가 쏙쏙 들어가는 흉부 당김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폐렴을 의심해봐야 한다.
요로 감염도 발열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요로 감염을 방치하면 신장 감염, 패혈증 등 합병증이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증상 없이 발열 증상만 지속되는 어린 소아의 경우 반드시 소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소아 발열 질환인 ‘가와사키병’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 병은 최근 코로나에 따른 ‘어린이 괴질’로 의심받던 질환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가와사키병’은 전신 혈관에 염증이 발생해 열이 나는 급성 열성 혈관염의 일종이다. 다양한 모양의 피부 발진, 결막충혈, 손·발가락 끝의 부종과 홍반, 임파선염, BCG 접종 부위의 발적(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는 것)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대개 고열과 함께 증상이 3가지 이상 나타난다. 하지만 10~15%의 환자는 고열 외엔 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한두 가지만 관찰된다. 이 때문에 진단이 어렵거나 모호한 경우도 꽤 많다. 가와사키병이 특히 무서운 이유는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만약 아이에게 5일 이상 39도 이상의 발열과 함께 발진, 결막충혈 등의 관련 증상이 동반되면 가와사키병을 의심하고 반드시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 발열은 해열제로 해결 가능
발열은 소아 환자의 응급실 방문 원인 중 가장 흔한 경우다. 하지만 3개월 미만 영아가 아니거나 39도 이상의 심한 고열이나 특이한 신체 반응이 없다면 무조건 병원을 찾을 필요는 없다. 아이가 생후 4개월 이상일 경우 체온이 38도 이상으로 올라 힘들어하면 경구용 해열제를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복용 가능한 해열제는 크게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계와 부르펜계 두 가지가 있다. 아세트아미노펜계 해열제는 연령과 상관없이 복용 가능하다. 하지만 부르펜계 해열제는 생후 6개월 이상부터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한편 3개월 미만 영아가 38도 이상 발열이 48시간 이상 지속되면 패혈증, 뇌수막염, 요로 감염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