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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발달이 미진했던 옛 시절엔 명절을 맞아 친척집을 방문할 때마다 틀어박힐 방을 자못 신중하게 골라야 했다. 어르신들을 피해 숨은 곳이 컴퓨터나 TV는커녕 서적조차 드문 공간이면 면벽 수행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밥상머리 아레나에 끌려나와 자식몬 배틀에 소환당하는 것보다야 낫다지만, 아무튼 하릴없이 낭비되는 시간이 적잖이 아깝긴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된 지금은 그런 염려를 할 필요가 없다. 어느 동네에서 어떤 방구석에 갇히건 어플만 잘 깔면 무료할 겨를 없이 충실한 한가위를 보낼 수 있다. 올해 추석을 맞아 9월 29일부터 10월 4일까지 신규 가입 고객 전원에게 3일 무료 이용 쿠폰을 제공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도 그 ‘잘 깔아볼 만한’ 어플 중 하나다. 왓챠에서 볼만한 영화를 소개한 글이나 기사는 이미 많으니, 여기에선 대신 연휴 동안 몰아보기에 괜찮은 왓챠 제공 애니메이션을 몇 개 읊어 보겠다. 어디까지나 글쓴이 주관에 기댄 추천이라는 점은 감안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①아기공룡 둘리
자타가 공인하는 국산 고전 명작인 만큼 취향을 떠나 한 번쯤은 관람할 가치가 있다. 이 작품에선 머리카락색을 떠나 짐승은 거두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아주 강렬한 방식으로 전달한다. 특히 요즘처럼 부동산 가격 폭등이 이슈인 시대에, 서울특별시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고길동의 집이 최소 두 차례 이상 완파되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심경이 상당히 복잡해진다. 원작가인 김수정 화백께서는 둘리를 통해 천진한 아이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말씀하셨는데, 뉘 집 아이를 모델로 삼으셨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둘리' 왓챠에서 바로보기
◇②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일곱 개의 대죄를 모조리 섭렵한 촉법소년 노하라 신노스케를 다룬 작품이다. 다만 왓챠에서 서비스하는 극장판에선 그나마 구타유발자 속성이 덜한 편이다. 원작에선 인성파탄자에 가깝지만 극장판에선 어른스러워지는 ‘도라에몽’ 캐릭터 퉁퉁이처럼, 신노스케도 극장판에서만큼은 보정을 받았는지 나름 의젓한 모습을 보이는 때가 잦다.
작품 그 자체로서도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 특히 이른바 ‘구 극장판’이라 불리는 1~13기 작품은 상당히 평가가 좋은 편이니 보는 데 투자한 시간이 아깝진 않을 것이다. 왓챠에서는 현재 그 ‘구 극장판’에 속하는 1~12기를 볼 수 있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왓챠에서 바로보기
◇③나에게 천사가 내려왔다!(약칭 와타텐)
미성년자인 시로사키 하나에 반해버린 로리콘 여대생 호시노 미야코와, 미야코에게 매료된 로리콘콘 마츠모토 코우코의 일상을 다룬 작품이다. 다만 막상 애니메이션에서 제일 눈길을 끄는 인물은 루리웹 유머 게시판의 현 시대 최고존엄 중 한 분인 노아쨩이시다. 하지만 정주행을 제대로 마쳤다면 웬만해선 와타텐 하면 우선 먀-네 부터 떠오를 것이다. 직접 보면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될 것이다. 아마도. ☞'나에게 천사가 내려왔다!' 왓챠에서 바로보기
◇④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약칭 코노스바)
꽃다운 나이에 사고 비스무리한 것을 겪고 별세한 히키코모리 사토 카즈마가 이세계에 전생해 능력치 편중이 심한 동료들을 어찌어찌 지휘해 마왕을 잡으러 가는 이야기다. 조별과제에 트라우마가 있는 분께는 추천하지 않는다. 장단이 뚜렷한 멤버들 때문에 고민이 많은 리더라면 한 번쯤은 봐도 좋을 만한 작품이다. 작품 전체적으로 인간은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휴머니즘이 짙게 배어 있다. 시즌 1, 2를 모두 보고도 아쿠아가 아름다워 보인다면 아쿠시즈교 입교를 진지하게 고려해보길 바란다.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 왓챠에서 바로보기
◇⑤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오버 테크놀러지 잠수함인 노틸러스호를 타고 세계정복을 노리는 수수께끼의 거대조직 네오 아틀란티스에 맞서는 저항군을 다룬 고전 명작 애니메이션이다. 23화~34화에 걸친 무인도편은 보지 않고 넘어가도 괜찮다. 이야기 막바지엔 주체 못할 압도적인 감동이 몰아치니 설령 중간에 지루함이 느껴지더라도 웬만하면 참고 보길 권한다. 스포일러를 하나 하자면, 이 작품에서 가장 나쁜 놈은 가고일도 네오 황제도 아닌 샌슨이다.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왓챠에서 바로보기
◇⑥케모노 프렌즈
즐거운 애니메이션이다. 솔직히 1화는 뭔가 부족한 작화와 애매한 텐션 때문에 참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그 고비를 넘기는 순간 머릿속에 꽃밭이 펼쳐진다. 서울어린이공원에서 서벌을 사육 중이라 하니 현실의 서벌쨩이 보고 싶다면 방문해 보도록 하자.
참고로 이 작품은 2기가 없다. 왓챠에 2기라고 이름 붙여 걸어둔 애니메이션은 케모노 프렌즈를 참칭하는 괴작이다. 이걸 볼 바에야 차라리 차지멘 켄!이나 무사시 건도를 시청해 보길 권하는 바다. ☞'케모노 프렌드' 왓챠에서 바로보기
◇⑦슬레이어즈
라이트 노벨의 시조 중 하나인 슬레이어즈는, 회사원이던 칸자카 하지메가 어느 날 우연히 공모전을 보고 대충 써내려간 글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하루에도 몇 번씩 ‘다 때려치우고 소설가에 도전해볼까’라는 생각을 하는 직장인 분들께 이 작품이 희망과 위안이 되길 기원한다.
왓챠에서는 TVA 4기인 슬레이어즈 레볼루션(1부)과 슬레이어즈 에볼루션R(2부)를 제공한다. 슬레이어즈 TVA 중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는 작품들만 있는 것이 아쉽긴 하다. 참고로 슬레이어즈의 대표적 명곡인 ‘Somewhere’도 TVA 3기인 슬레이어즈 TRY의 피날레 곡인지라 왓챠에선 들을 수 없다. ☞'슬레이어즈 레볼루션' 왓챠에서 바로보기
◇⑧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천재들의 연애 두뇌전~
‘5등분의 신부’나 ‘우리는 공부를 못해’를 끝까지 본 분들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히로인 후보가 여럿 등장해 스토리 막판까지 격전을 벌이는 러브코미디 구도에선, 작가 역량이 초월적이지 않는 이상 대개 전개가 갑갑해지고 개연성도 무너진다는 것을. 그런 시나리오에선 결국엔 엑조디아 외엔 모두가 행복해질 방법이 없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두 작품 역시 결말 즈음에 다다라선 허술하거나 납득이 어려운 전개를 거듭하다 다수 독자에게 비판 내지 욕을 먹었다.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천재들의 연애 두뇌전~’은 다르다. 남주인공인 시로가네 미유키나, 여주인공인 시노미야 카구야나 그저 서로만을 보며 내달린다. 그러다 보니 전개가 타 러브코미디에 비해 호쾌한 편이다. 하야사카 아이나 이시가미 유우 등 서브 캐릭터도 개성과 존재감이 상당해 극을 잘 받쳐준다. 덕분에 12화를 단숨에 내달려도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학생회 서기로서 흔히 서기쟝이라 불리는, 후지와라 치카의 퍼포먼스는 주연을 웃돌 정도다. 실제로 이 애니메이션은 모르더라도 안녕하살법이나 치카댄스 영상은 본 적 있는 사람도 상당할 것이다. 해당 영상에서 활약하시는 분홍머리 소녀가 바로 서기쟝 동무 되시겠다.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천재들의 연애 두뇌전~' 왓챠에서 바로보기
◇⑨도우미 여우 센코 씨
직장에서 매일같이 혹사당하는 젊은이를 800살 먹은 여우할머니가 복슬복슬한 꼬리로 위로해 주는 애니메이션이다. 적어놓고 보니 좀 이상하지만, 아무튼 실제로 그런 작품이다.
격무에 시달리는 직장인이 이종족에게 치유받는 전개는, 왓챠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애니메이션인 코바야시네 메이드래곤과 흡사한 구석이 있다. 다만 코바야시네 메이드래곤은 서로 다른 종족 간의 갈등과 조화 또한 스토리의 중요한 축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도우미 여우 센코 씨보다는 분위기가 무겁게 흐를 때가 잦다. 그저 힐링만을 바라고 편히 보기엔 도우미 여우 센코 씨 쪽이 조금 더 나은 편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견해다. ☞'도우미 여우 센코 씨' 왓챠에서 바로보기
◇⑩오! 나의 여신님
“너와 같은 여신이 계속 내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모두가 알다시피 오! 나의 여신님은 한 시대를 풍미한 명작이었고, 특히 여주인공인 1급신 2종 비한정 여신 베르단디는 한때 국내 애니메이션 팬 사이에서 최고의 캐릭터로 꼽혔다. 전두환 추징물품에 오! 나의 여신님 포스터가 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당시 영상에서 묘사된 베르단디의 기품과 아름다움은 가히 문화 충격 수준이었다.
당시 한국에서 방영됐던 버전은 OVA지만, 왓챠에선 TVA 버전만을 볼 수 있다. OVA만은 못해도 나름 괜찮은 작품이니 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물론 OVA를 구해 볼 수 있다면 더욱 좋긴 하다. OVA는 찾지 못했지만 아버지 시대를 지배했던 여신님의 감성을 꼭 느껴보고 싶은 청년이라면, 투니버스 애니뮤직박스에서 S.E.S의 곡 Oh, My Love와 오! 나의 여신님 OVA를 더해 편집한 뮤직비디오라도 보길 추천한다. 꽤 오래된 작품이긴 하지만 유튜브 어느 구석엔 아직 남아 있을 것이다.
베르단디도 베르단디지만, 베르단디의 자매인 울드와 스쿨드도 당대엔 인기가 상당했다. 전두환이 추징당한 포스터만 보더라도 그려진 캐릭터는 베르단디가 아닌 스쿨드다. 글쓴이 역시 당시에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는 스쿨드였다. 오해를 피하고자 첨언하면, OVA 국내 방영 시절엔 스쿨드가 글쓴이보다 나이가 많았다. ☞'오! 나의 여신님' 왓챠에서 바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