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자택에서 숨진 개그맨 박지선(36)씨는 2007년 3월 KBS 22기 공채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KBS의 대표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며 동기 개그맨 박성광 박영진 허경환 등과 함께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개콘 시절 ‘3인3색’이란 코너에 출연하며 외모를 활용한 개그를 주로 구사했다. 또 ‘불편한 진실’이나 ‘로비스트’ 등에선 대한민국의 흔한 아줌마 연기를 구사하면서 시청자들에 얼굴을 알렸다. 이를 기반으로 데뷔한 첫해인 2007년 KBS 연예대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어 2008년 우수상을 받았고, 2009년에는 개그콘서트 최고 인기 코너이자 장수 코너인 ‘봉숭아학당’에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연애술사로 고정 캐릭터를 맡아, “참~ 쉽죠잉?” 이라는 유행어까지 히트시켰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2010년 KBS 연예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개그콘서트 출신 중에서 최초로 KBS 연예대상에서 신인상, 우수상, 최우수상까지 휩쓸기도 했다.
박씨는 데뷔 초엔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재 개그맨’으로 통하기도 했다. 실제로 2009년 4월에는 KBS 퀴즈 프로그램 ‘1대100’ 100회 특집 녹화에서 최후의 1인으로 남아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당시 연예인으로서 ‘최후의 1인’이 된 것은 박지선이 처음. 우승 상금에도 과감히 도전해 5000만 원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그녀는 이런 자신의 배경마저 개그 소재로 활용해, ‘외모에서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공부라도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 노래 실력도 수준급이어서 개그콘서트를 넘어 ‘유희열의 스케치북'(KBS), 최근에는 ‘복면가왕’(MBC) 등에서 노래로 재능을 뽐냈다.
박씨는 평소 앓고 있던 질환으로 고통받으며 치료를 이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창시절부터 ‘햇빛 알레르기’ 등 피부질환으로 고통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여성 개그맨들과 비교하면 거의 화장품을 바르지 못 하고 쌩얼로 나왔던 것도 이 때문. 특유의 예민한 피부 때문에 야외 활동에 어려움을 호소할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선은 개콘 이후에도 활발하게 활동해왔고, 본인이 원하는 활동을 굉장히 즐기면서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일 오후 1시 44분쯤 마포구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모녀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박씨의 부친이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이 집을 찾았을 땐 두 사람 모두 숨을 거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출신인 박씨와 모친은 서울에서 함께 생활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와 함께 무대에 올랐던 개그맨들도 추모의 뜻을 전했다. 개그맨 김원효는 2일 자신의 SNS 계정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올려 “아니길 바랬지만... 우리 지선이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라고 썼다.
고인과 KBS2TV ‘개그콘서트’ 무대에서 함께 활약했던 개그우먼 안영미는 이날 MBC FM4U ‘두시의 데이트 뮤지, 안영미입니다’를 진행하던 중 급하게 자리를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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