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를 피해갈 순 없었다. 시와 소설에도 전염병에 대한 공포와 격리된 생활의 불안이 녹아들었다.
202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는 시 5852편, 단편소설 736편을 비롯해 8개 부문 응모작 총 8870편이 들어왔다. 8848편 접수된 작년보다 약간 늘어났다. 부문별로는 동시 1308편, 동화 247편, 시조 585편, 희곡 101편, 문학평론 28편, 미술평론 13편이었다.
지난 11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박소란·박준·이근화 시인, 박민정·임현·장은진 소설가와 강지희 문학평론가가 시·소설 부문 예심을 마쳤다. 시 12명, 단편소설 13명이 본심에 진출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이후의 세태를 반영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박소란 시인은 “시에서도 마스크를 쓰거나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를 담는 등 병·질환의 이미지가 많이 드러났다”고 했다. 박민정 소설가도 “바이러스로 인해 격리된 상황을 판타지나 디스토피아로 풀어낸 소설들이 있었다”면서 “가벼운 일상 묘사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자연스럽게 우리 삶에 녹아든 모습을 그린 작품도 많았다”고 했다.
시 부문 심사위원들은 “감정적으로 함몰되기보다는 시의 장르적 특성을 구현하려 한 시” “우리가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 되물으며 가치를 발견하는 시”를 본심에 올렸다. 이근화 시인은 “신춘문예 응모라는 장이 폭넓은 세대를 아우르는 것 같다”면서 “언어 실험이나 참신한 미학보다는 자신의 삶을 의미화하려는 목소리가 두드러졌다”고 했다. 박준 시인은 “코인 빨래방처럼 젊은 세대의 삶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 아프게 느껴졌다”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 때문인지 밝고 고요한 방 안에서 혼자 있어도 공포나 불안을 느끼는 모습들도 보였다”고 했다.
단편소설 부문에선 과감한 상상력을 펼치는 SF 소설이 늘었다. 임현 소설가는 “최근 김초엽 작가 등 SF 작가들의 활약 덕분인지 소재도 다양해지고 그중에선 수준급의 작품도 보였다”면서 “독특한 소재에 비해 인물이나 소설 구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은 아쉬웠다”고 했다. 강지희 평론가도 “AI나 미래 세계,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소설이나 SF 형식을 빌린 소설이 늘었다”면서 “직장을 배경으로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세밀하게 묘사한 세태 소설도 흥미롭게 읽었다”고 했다.
소설 부문 심사위원들은 인물이나 소재의 매력이 돋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장은진 소설가는 “흔하고 평범한 소재라도 비틀거나 색다르게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고, 강지희 평론가는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개성 있는 인물보다는 소심하고 주저주저하는 듯한 힘 빠진 인물이 많았다”고 했다.
시·소설을 제외한 다른 부문은 예심 없이 본심을 치른다. 당선자는 이달 말 개별 통보하고, 2021년 1월 1일 조선일보에 당선작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