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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이 폭락하거나,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지거나, 모 프로야구단이 다른 기업으로 팔려갈 때 인터넷엔 꼭 이 말이 따라붙는다.

“머선 129”

뜻은 “무슨 일이고!” ‘무슨’을 ‘머선’으로 바꾸고, ‘일이고’는 숫자 ’129′로 표현했다. 유래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프리카 TV에서 활동하는 ‘BJ난닝구’와 트위치TV에서 활동하는 ‘랄로’가 지식재산권을 주장 중이다. 이렇게 일부 네티즌들이 사용하던 단어가 지난 12월 TV 예능 ‘신서유기’에서 강호동이 하는 말에 자막으로 붙으며 대중화됐다.

‘머선 129’ 유행은 이후 한 번 더 파생된다. 첫 번째는 ‘ㅓ의 반격’. 스타일은 ‘서타일’, 스타벅스는 ‘서타벅스’라고 부르는 식이다. ‘머선 129’를 유행시킨 BJ난닝구와 강호동의 고향이 경상도인 점을 응용한 것이다.

두 번째는 숫자를 통한 언어 표현. 요즘 인터넷에서 보이는 ’5959′는 ‘오구오구’, ’700′은 ‘귀여워’라는 뜻. 초성 ‘ㄱㅇㅇ’을 비슷한 외양의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숫자를 통한 언어유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숫자 발음과 유사한 단어를 사용해 ‘숫자 말'을 만든다. 일본은 ‘고로아와세(語呂合わせ)’라고 해서 ’5963′는 ‘수고했다’, ’2943′는 ‘증오’의 뜻이다. 중국에서도 ’520′은 ‘사랑해’, ’987′는 ‘미안해’라는 뜻. 국내에서도 과거 무선호출기를 사용하던 시절 ’8282(빨리빨리)’ 등을 사용하곤 했다. 이번주 미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2위에 오른 아리아나 그란데와 도자 캣, 메건 더 스탤리언이 부른 ’34+35′는 성적 은어를 담은 숫자 ’69′를 표현한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김한샘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 교수는 “이런 은어로 소통할 수 있는 세대는 끊임없이 신조어를 만들어서 다른 세대와 자신들을 분리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면서 “과거엔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것만으로도 같은 커뮤니티라고 생각했지만, 모든 세대가 자유롭게 인터넷을 쓰는 지금은 신조어 속도를 쫓아갈 수 있는 세대와 아닌 세대로 분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숫자를 통한 언어유희는 타이핑의 간편성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문자는 글과 말의 중간 지점에 있는 제3의 매체”라며 “글이 말의 속도를 따라가는 과정에 줄인 말이 탄생하고, 숫자 말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단어보다 ‘머선 129’가 빠른 속도로 넓게 퍼지는 건 한국인의 이슈에 대한 민감성을 보여주는 현상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