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Jin & Juice'

‘여친(여자 친구) 이름을 다른 여자 이름으로 바꿔 불렀더니?’ 이런 제목을 내건 유튜브 영상에서 한국 남편이 미국 흑인 아내에게 장난을 친다. 이름을 잘못 말한 남편에게 아내는 한국말로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하지 말고”라며 불같이 화를 낸다. 시청자는 댓글로 “한국말이 완벽하다” “한국인이나 미국인이나 커플 반응은 똑같다”며 키득댄다. 국제 부부인 한국인 남편 고한과 미국인 아내 새로즈가 운영하는 ‘Jin & Juice’ 콘텐츠다. 국제 부부의 육아와 일상을 다룬 이 채널을 68만명이 구독한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선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 한국 여성과 외국 남성이 쌍을 이룬 국제 커플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에 ‘국제커플’이란 꼬리표(해시태그)로 게시된 콘텐츠는 2만개, 인스타그램은 29만개에 달한다.

국제 커플 콘텐츠는 이질적인 문화가 만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우크라이나 남편에게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떡볶이 요리를 시켜본다거나(여보부부), 인도네시아 여자친구에게 한국 군대의 유격 훈련을 받게 하며(구찌커플) 그 반응을 살피는 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영화 ‘미나리'가 보여주듯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갈등을 일으키고 소통되는 과정은 흥미를 끈다”며 “스마트폰과 TV로 외국 문화를 실시간으로 받아들이는 글로벌 시대에서 국제 커플 콘텐츠는 이를 가장 쉽게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막히면서 다른 나라의 풍광과 일상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왼쪽부터 국제 커플의 일상을 영상으로 공유하는 유튜버‘2hearts1seoul’(한국 남편·캐나다 아내)과‘올리버쌤’(미국 남편·한국 아내). /2hearts1seoul·올리버쌤 유튜브

권위적인 남자, 조신한 여자 등 성(性) 역할에 따른 고정관념에 질린 사람들에게 대리 만족도 제공한다. 지난달 한일 커플이 운영하는 유튜브 ‘토모토모’에선 시험 기간인 한국인 여자 친구를 위해 방 청소를 해주고 김치 나베를 해주는 일본인 연하 남자친구 영상이 조회 수 90만을 기록했다.

그늘도 있다. “일본 아내는 한국 아내와 달리 일하는 남편에게 고마워한다” “쓸데없이 가부장적인 한국 남자와 달리 유럽 남자는 자상하다”는 식의 품평이 달리면 ‘한남충(한국 남자는 벌레)’ ‘김치녀(한국 여자의 허영을 조롱하는 단어)’ 같은 혐오성 성차별 단어로 남녀 성 대결이 벌어지기도 한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08년 약 16만명이던 국내 결혼 이민자와 한국 국적 취득자가 2018년 34만명으로 10년 만에 두 배 넘게 늘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 사회가 글로벌화하고 다문화 가정이 늘어난 만큼 국제 커플도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