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유행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강·정세랑·최재천·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강연과 대담은 온라인에서 무료 공개된다. 참여 출판사는 75개로 평소의 5분의 1 수준이고, 도서정가제 이후 도서전에서 파격적인 책 할인이 사라진 지도 오래됐다. 그러나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 도서전이 개막한 지난 8일 오전 11시 도서전이 열리는 성수 에스팩토리 출입문 앞에는 관람객 약 50명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거리 두기 시대에도 도서전의 책 향기는 발길을 붙잡는 것이다.
책의 물성(物性)을 느껴볼 수 있는 전시가 눈을 사로잡는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2011~2021년 수상작을 만지고 넘기고 읽어볼 수 있다. 올해 최고상을 받은 엄유정 작가의 ‘FEUILLES’(푀유)는 식물 그림을 각기 다른 종이에 인쇄해 묶은 화집. 전시 현장에서는 이 책을 손으로 넘기며 종이 질감의 대비를 느낄 수 있다. ‘아틀라스 오브 컨플릭트’(분쟁의 지도책)는 지난 100년에 걸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사전 형태로 담아낸 2011년 최고상 수상작. 일견 여행서처럼 보이는 이 책은 500개의 지도와 도표 및 각종 조약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담았다. 통념을 깨는 형태의 책들이 탐서가를 반긴다. 지난 20년에 걸친 국내 웹툰 역사를 조망하는 ‘파동’ 전시에서는 점차 진폭을 넓혀가며 진격하는 한국 웹툰의 성장기를 일별할 수 있다.
도서전 한정 ‘굿즈’도 방문객을 반긴다. 은행나무 출판사는 독자 응모를 받은 500여 문장을 엄선해 제작한 ‘문장카드’를 도서전 한정 굿즈로 내놨다. 마음산책은 김초엽·조해진·최정화 세 소설가의 친필 소설집을 준비했다. 곧 출간될 소설가들의 단편집에 실릴 소설 한 편씩을 손 글씨로 써서 한데 묶은 ‘맛보기’다. 각 출판사가 준비한 도서전 한정 굿즈는 해당 출판사에서 책을 현장 구매하면 받을 수 있다. 도서전에 맞춰 표지를 새롭게 입은 ‘리커버’ 책 역시 현장에서 가장 빨리 살 수 있다.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 철학자 김형석의 ‘백년을 살아보니’ 등 10권이 있다. 12일까지 서울 성수 에스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