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드라마 최초로 넷플릭스 세계 2위를 차지한 ‘오징어 게임’이 흥행하면서 10년 전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21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없는 게 없는 무한도전’이라며 오징어 게임과 유사한 내용의 무한도전 방송을 정리한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지난 2011년 12월 MBC 무한도전에서는 ‘성장 드라마 명수는 12살’을 주제로 어릴적 혼자 놀기를 좋아했던 박명수와 멤버들이 추억의 게임을 다시 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이들은 공격과 수비로 나누어 오징어 모양처럼 그려진 도형의 꼬리에서 머리까지 이동해야 하는 오징어 게임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동심을 떠올리며 훈훈한 분위기에서 시작했지만 점차 게임은 거칠어졌고, 나중에는 게임에서 탈락한 정형돈이 “이거 애들 게임이잖아”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이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구슬 치기, 오징어 게임 등 어린이들이 주로 하는 놀이를 하면서도 상금을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을 벌이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평가다.
이 밖에도 2014년 방송된 무한도전의 ‘글로벌 옥상 줄다리기’도 오징어 게임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박명수가 국민 MC가 된다면 하고 싶은 방송을 해 보는 내용이었는데, 그는 무한도전 멤버들과 80층 높이의 빌딩 사이에서 줄다리기한다는 가정으로 외국인 팀과 승부를 펼쳤다. 줄다리기에서 밀린 무한도전 멤버 길과 정준하는 빌딩에서 떨어져 400m 밑으로 추락하는 설정이었다. 박명수는 “있는 사람이라도 살아야 할 것 아냐”라며 추락에 동요하는 멤버들의 감정을 억누르며 게임을 진행했고, 결국 유재석과 하하, 노홍철까지 추락하며 승부는 외국인 팀의 승리로 끝났다.
오징어 게임에서도 양 팀이 줄다리기를 펼치고, 지는 팀은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무한도전의 한 장면이 최근 만들어진 콘텐츠들과 유사하다며 ‘무한도전의 예언’이라고 재조명된 건 이번만이 아니다. 무인도에 떨어진 상황에서 멍한 표정의 박명수에게 노홍철이 “놀면 뭐하니”라며 훈수를 두는 장면은 최근 방송되는 ‘놀면 뭐하니’의 예언 장면으로 거론된다. 무한도전 방영 당시 유행하던 예능 프로그램의 이름을 바꿔 ‘놀러와’는 ‘놀러가’로, ‘세바퀴’는 ‘다섯 바퀴’로 바꿨는데, 특히 ‘우리 결혼했어요’를 ‘우리 이혼했어요’로 바꾼 장면 또한 최근 같은 이름의 방송이 제작되면서 화제가 됐다. 퀴즈를 맞히는 중 ‘유럽에 속하지 않는 국가’를 묻자 ‘영국’이라고 오답을 말하는 장면 또한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브렉시트’를 예언한 장면으로 재해석됐다.
한편 ‘오징어 게임’은 더는 물러날 곳이 없는 이들이 거대한 공간에 갇혀 465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생존 게임을 다룬 일종의 생존 서바이벌 장르물이다. 넷플릭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한국을 포함해 홍콩,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모로코, 오만, 필리핀, 카타르 등 14개 국가에서 1위를 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9개 국가에서 2위를 차지해 전 세계 2위를 차지했다. 2014년 개봉한 일본 만화 원작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와 유사하다는 지적에 황동혁 감독은 “우연적으로 유사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황 감독은 “2008년 구상해 2009년 대본을 집필할 때부터 첫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다”며 “우선권을 주장하자면 제가 먼저 대본을 썼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