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기 참 복잡하네.”
지난 1일 밤 10시 30분 CGV용산아이파크몰. 영화 ‘라스트 듀얼’을 보러 온 안모(24)씨가 중얼거렸다. 안씨가 예매한 ‘백신패스관’에 입장하려면 ‘백신 접종 인증’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안씨는 “여자친구와 저녁을 먹다가 심야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걸 알고 즉흥적으로 왔을 뿐, 백신패스인지 뭔지는 지금 처음 들었다”고 했다. 약 5분 동안 여러 앱으로 인증을 받으려다 실패하자 이들은 영화를 보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심야영화와 팝콘이 1년 만에 부활했다. 바야흐로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대를 맞은 것이다. 그러나 영화관을 찾을 땐 상영관이 ‘백신패스관’인지 여부부터 확인해야 한다. 이날은 방역수칙 완화에 따라 백신 접종자에 한해 상영관 안에서 팝콘과 음료를 먹을 수 있고, 굳이 띄어앉을 필요가 없게 된 첫날이었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대형 복합상영관은 백신 접종자만 입장할 수 있는 ‘백신패스관’을 내놨지만, 안내와 이해가 부족해 대혼란이 벌어졌다.
이날 밤 영화 ‘베놈2′를 보러 온 김시환(19)씨와 최성익(19)씨가 백신패스관 앞에서 한숨을 쉬었다. 최씨가 백신을 접종받은 날짜가 불과 13일 전이라는 것이 확인돼 입장이 막혔기 때문이다. 직원은 “접종 후 14일이 넘어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오늘부터 심야 영화가 열렸다고 해서 예매한 것”이라며 “백신 접종 증명이 필요한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결국 일반관에서 오후 11시 15분 상영하는 티켓으로 교환했다.
백신패스관 입구에서 이날 오후 6시부터 검표와 백신 접종 확인을 담당한 한 직원은 “500명 정도 백신 접종 확인을 했는데 그중 8팀은 백신 접종 증명이 안 돼 입장 못 한다고 안내했다”며 “백신패스관에 들어가려면 48시간 이내 코로나 PCR 검사(음성판정) 확인서를 제출해도 되지만 그 서류를 지참한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반대로 영화를 보면서 팝콘·음료를 곁들이려 했던 관객들은 백신패스관이 아닌 상영관을 예매하는 경우도 잦았다. 이날 이두용(26)·임수현(26)씨 커플은 오후 10시쯤 시작하는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관람하기 직전 영화관 로비에서 팝콘과 음료를 먹고 있었다. 이들은 무인 키오스크로 1만원 상당의 2인용 팝콘과 콜라 세트를 주문했는데, 다 튀겨진 팝콘을 받고 나서야 ‘백신패스관만 취식 가능’하다는 문구를 본 것이다. 이씨는 “둘 다 백신 접종자지만 일반관을 예매했으니 밖에서 먹고 들어가려 한다”면서도 “분위기상 일반 상영관에서 몰래 취식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다음날인 2일, 기자가 직접 CGV 앱으로 영화 예매를 시도해봤다. 관람 시간대를 고를 땐 ‘백신패스관’이라는 문구만 보이고 이후 인원 선택을 하면 팝업창이 떠서 ‘백신패스관’에 대한 약 300자 분량의 설명이 이어진다. 그러나 이때 무심코 ‘확인’ 버튼을 누를 경우 백신패스에 대해 알지 못한 채로 영화관에 방문하게 된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앱이나 홈페이지, 현장에서 예매할 때 백신패스관 입장 방법이 공지된다”며 “3일 개봉하는 영화 ‘이터널스’를 많은 관객 분들이 예매하셨는데, 방문하시기 전에 조금 더 안내에 힘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