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야로(심야식당), 이노우에 다케히코(슬램덩크), 기시모토 마사시(나루토), 후루다테 하루이치(하이큐), 양재현(열혈강호·사진), 양경일(신암행어사), 임재원(짱)….
한국 만화 잡지 ‘코믹챔프’가 30주년을 맞았다. 이 잡지를 거쳐간 내로라하는 만화 거장 60여 명의 축전이 기념으로 실렸다. 침체된 국내 출판만화 시장에서 종이 만화 잡지가 발간 30년을 넘긴 건 매우 이례적인 사건으로, 2018년 ‘아이큐점프’에 이어 두 번째다. 300쪽 넘는 두께와 대비되는 가격(3000원)도 역시 이례적이다. 평소 3000부 정도지만, 이번 30주년 특집 호는 5000부를 찍어냈다. 소셜미디어상에서 팬들의 구매 인증과 추억담이 잇따르고 있다.
1991년 12월 5일 ‘소년챔프’라는 이름으로 창간했다. 이후 ‘아이큐점프’와 양대 산맥을 형성했고, 일본에서 수입해 온 ‘슬램덩크’가 폭발하며 당대를 풍미했다. ‘코믹챔프’ 창간 멤버이자 편집장을 지낸 황민호 대원씨아이 사장은 “잡지 연재 작품을 단행본으로 출판해 수익을 도모하는 전략이었다”며 “운동장을 마련해 선수들을 모으고자 했다”고 말했다. 창간 이듬해부터 신인 만화 공모를 진행해 이우영(검정고무신), 이명진(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 등을 발굴했다.
2000년대부터 시장은 급격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인터넷 개통과 함께 등장한 온라인 게임이 결정적 타격이었다. 제호로 ‘소년’을 앞세운 잡지가 잇따라 폐간하자 이미지 쇄신을 위해 2002년 잡지명을 ‘코믹챔프’로 바꾸며 주간에서 격주간으로 전환했고, 인기 만화 ‘원피스’ ‘원펀맨’ 등을 국내에 소개하는 주요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올해는 출판사 대원씨아이 30주년이기도 하다. 황 사장은 “일본 만화 ‘귀멸의 칼날’ 등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전체 만화 시장 매출도 크게 뛰었다”며 “재미만 있다면 독자는 종이든 웹이든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