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로 활동 중인 가수 솔비(37·본명 권지안)의 국제예술상 대상 수상을 두고 ‘권위 없는 아트페어’ ‘과도한 언론플레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던 현직 미술가들이 솔비 측 법적대응 예고에 “겁 안 난다. 소송 거시라”며 반박에 나섰다.
이진석 작가와 이규원 작가는 12일 유튜브 채널에 올린 라이브 방송 영상을 통해 “고소 관련 내용 때문에 걱정하는 분들이 계실 텐데, (솔비 측에서) 법적대응 하겠다는 건 겁주려는 것 같고 우리가 겁낼 사람은 아니다”라며 “도와주신다는 변호사분들이 많다. 그래서 걱정 안 한다. 그쪽이 진다면 오히려 우리가 무고로 고소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앞서 솔비는 지난 5일(현지 시각) 스페인에서 참가한 ‘2021 바르셀로나 국제예술상’(The Premi Internacional d’Art de Barcelona·PIAB21)에서 대상 격인 ‘베스트 글로벌 아티스트 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PIAB21는 “역동적인 표현성과 독창성 부분에서 많은 표를 받았다”는 심사평을 전했다. 이같은 소식이 국내 언론에 전해진 뒤 이진석 작가와 이규원 작가는 PIAB21의 권위성에 의문을 표했고 솔비 측이 과도한 언론플레이로 작품값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솔비 소속사는 “해당 페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지역명을 걸고 진행되는 행사로 그 권위를 낮게 평가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어찌 됐든 상을 받아 국격을 높이고 온 것인데 속상한 면이 있다. 일반 작가가 아닌 솔비라서 겪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후 변호사 선임 소식을 알리며 일부 유튜버가 생산해내는 루머에 법적대응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두 작가는 이날 방송에서 솔비 측의 이런 해명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들은 “무슨 국격을 높였다는 건가. 국격을 높인 게 아니라 자기 작품 가격을 높인 거다. 국격을 높였다면 해외에서 알아서 기사를 내준다. BTS, 오징어게임, 기생충을 보라”며 “PIAB21를 유튜브에 검색하면 현장 영상 하나도 안 뜬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비판한 뒤) 페어 공식 홈페이지도 바뀌었더라. 심사위원 목록도 삭제됐고 상 이름도 달라졌다. 수상 사진이 없다고 지적했더니 그제야 올렸더라”며 “10년 된 페어인데 그중 4년이 공백이었다. 어느 권위 있는 시상식이 4년 공백을 가지냐. 도시 이름 하나 붙었다고 권위가 생기나. 무슨 증명이 됐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솔비라서 겪는 일이 아니다. 이렇게 오버하는 연예인 작가들은 아무도 없다. 미술사가 일종의 마케팅으로 작가를 만드는 건 맞다. 돈 내고 출전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최소한 이 작가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도는 돼야 한다”며 “4시간 전시한 거로 언론플레이하지 않는다. 대회에서 상을 받아야 인정받겠구나 싶은데, 본인의 권위가 없으니 이런 데서 권위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술계를 기득권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솔비는 약자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비전공자가 상 받으니 배 아프냐고 하는데 안 아프다. 완전 반대”라며 “솔비처럼 언론플레이하는 작가는 우리나라에 없다. 갤러리에 소속돼 있어도 받는 게 없다. 전 세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갤러리도 전시한다고 홍보 안 한다. 그런데 (솔비 측은) 이상한 상 하나 탔다고 동네방네 소문내지 않나”라고도 했다.
이진석 작가는 지난 10일 연예 기자 출신 유튜버 이진호씨와의 통화에서도 “어떤 게 허위사실이라는 건지 모르겠다. 고소를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모르겠다”며 “동료들도 ‘시원하다’ ‘사이다다’라는 연락을 많이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솔비 측이 법적 절차를 밟는다면 사과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어떤 걸 사과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 사실을 이야기해서 사과하라는 건가. 법적대응을 할 거라면 오히려 PIAB21 측에서 나를 고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20~30대 젊은 작가들이 지하 단칸방에서 열심히 일하는데, 자기 홍보 수단은 소셜미디어밖에 없다. 그런데 솔비라는 사람은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일반인들에게 ‘대단한 작가’라고 각인시키는 것”이라며 “힘 빠지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좋은 작품과 비싼 작품은 구별돼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