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내믹 코리아, 올해도 방심할 틈이 없었다. 음악·영화·드라마·공연·패션·미술·학술·음식 등 문화계를 뒤흔드는 굵직한 뉴스가 달력을 가득 메웠다. 신인과 거장이 탄생하고, 빛나는 유산을 남겼으며, 기이한 혼종(混種)이 등장하고, 전혀 다른 새로운 변혁이 나타났다.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들이 현장의 최일선에서 분야별 ‘올해의 순간’을 엄선했다. 환희 혹은 눈물, 2021년을 의미하는 21개의 목록이 2022년의 밑거름이 되려 한다. <문화부장 어수웅, 김기철·김성현·유석재·박돈규·최보윤·곽아람·이혜운·채민기·이기문·정상혁·양지호·장근욱 기자>

만화ㅣ1월 27일ㅣ귀멸의 칼날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이 국내 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날, 주인공의 칼끝이 코로나 공포마저 베어버렸다. 도깨비로 변해버린 여동생을 인간으로 되돌리려는 주인공이 괴물들과 맞서 싸우는 만화 원작으로, 4개월도 채 안 돼 누적 관객 200만명을 넘기며 장기 흥행했고, 17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5위권을 달성했다. 만화 단행본 ‘귀멸의 칼날 23′ 역시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4주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한일 관계 악화 속에서도 한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할 정도였다. 재미 앞에서 외교 문제는 문제도 되지 않았다.

신조어ㅣ3월 11일ㅣNFT

이날 이후 ‘NFT’라는 말이 의문의 돈뭉치처럼 항간을 흘러다녔다. 미국 미디어작가 비플이 컴퓨터 이미지 파일 수천장을 모아 제작한 NFT 작품 ‘매일: 첫 5000일’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780억원에 낙찰됐기 때문이다. NFT(대체불가토큰)는 쉽게 설명해 디지털 인증서다. 실물이 아니라 그저 블록체인 기술로 온라인 세계에 자신의 소유권을 새겨두는 것이다. 이 새로운 형태의 거래는 가상화폐 열풍과 맞물리며 광풍을 몰고 왔다. 세계적 영어 사전 출판사인 영국의 콜린스가 올해의 단어로 ‘NFT’를 선정한 이유다. 최근 영국 미술잡지 아트리뷰는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NFT’를 올렸다. 투자냐 투기냐, 논쟁도 뜨겁지만.

배우ㅣ4월 26일ㅣ윤여정

‘기생충’이 한국 영화의 정점이라 생각했지만, 그 한계를 배우 윤여정(74)은 뛰어넘었다. 이날 영화 ‘미나리’로 미국 아카데미상 한국인 첫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차지했고, 시상식장에서 통역도 없이 보여준 당당함과 위트도 큰 화제였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잘못 발음해온 할리우드 영화계를 향해 말했다. “오늘 밤 여러분 모두를 용서합니다(You are all forgiven).” 뉴욕타임스는 ‘내년 진행은 윤여정에게’라는 격찬을 보냈다. 1971년 영화 데뷔작 ‘화녀’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지 꼭 50년. 최고의 순간에 초심을 돌아본 원로 배우는 이런 위로를 잊지 않았다. “저는 경쟁을 믿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가 승자입니다.”

미술ㅣ4월 28일ㅣ이건희 컬렉션

나라 곳간에 난데없는 금은보화가 쏟아졌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평생 모은 초일류 컬렉션 2만3000여 점을 국가에 무상 기증했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 측이 공식 발표한 기증 목록에는 ‘세기의 기증’으로 칭할 만한 명작이 수두룩했다. 샤갈·모네·달리·르누아르 등 세계 미술사(史) 거장의 대표작부터, 국보 ‘인왕제색도’까지. 한국 미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건희 기증관’ 건립 논의도 번갯불에 콩 굽듯 이뤄졌고, 지난달 서울 송현동 부지가 확정됐다. 다만 추후 정무적 판단으로 인해 기증관 명칭에서 ‘이건희’가 빠질 가능성도 있어 반발이 예상된다.

디자인ㅣ6월 1일ㅣ부부 디자이너 신신

독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국제 공모전에서 한국 그림책 ‘푀유’(FEUILLES)가 최고상인 골든레터(황금활자상)를 받은 날. 부부 디자이너 ‘신신’은 화가 엄유정의 식물 그림책을 디자인해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 세계 최대 책 디자인 경연에서 한국인이 참가하고 또 상을 받은 건 최초다. 처음 국가대표로 출전한 종목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딴 셈이다. 원화(原畵)의 질감을 재현하기 위해 촉감이 다른 여러 종류의 종이를 썼고, 페이지를 넘길 때의 촉감까지도 책의 일부로 만들었다. 책의 완성도에는 저자뿐 아니라 디자이너의 몫이 너무도 크다는 사실을 증명하면서.

문화재ㅣ6월 2일ㅣ인사동 갑인자

전문가들조차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도시 정비를 위한 발굴 작업 도중, 서울 종로구 인사동 79번지에서 15~16세기 한글·한자 금속활자 1632 점이 무더기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누군가 돈 될 만한 금속들을 땅에 묻었다가 영영 잊어버린 뒤 500년의 세월이 흘러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타임캡슐이나 다름없었다. 활자 중 53점은 4개월 뒤 ‘조선 금속활자의 꽃’이라 불리는 1434년(세종 16년)의 갑인자(甲寅字)란 사실이 확인돼 또 한번 이목을 끌었다.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최소 16년 앞선, 조선 시대 금속활자 실물 중 가장 이른 자료다.

학술ㅣ6월 9일ㅣ역사왜곡방지법 반대 성명

‘역사의 사법화 현상을 우려한다.’ 역사학회·한국사연구회를 비롯 21개 학회·연구자단체가 이날 여당이 발의한 ‘역사 왜곡 방지법’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파동 이후, 역사학계가 현 정권이 추진한 정책에 집단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이들은 ‘헌법 정신을 위반하는 일제 찬양과 역사 왜곡 행위’를 막기 위해서라는 여당 주장에 대해 ‘특정한 역사관에 역사 ‘왜곡’이라는 올가미를 씌우고 처벌 조항을 명시하는 등 역사 문제를 과잉 사법화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여당 대선 후보가 ‘역사 왜곡 단죄법’ 제정을 약속하는 등 논란은 진행 중이다.

유튜버ㅣ6월 17일ㅣ김종국

근육은 유튜브에서도 괴력을 발휘했다. 가수 겸 예능인 김종국(45)이 유튜브 방송 ‘GYM종국’을 시작한 이날로부터 정확히 5일 만에 구독자 수 100만명을 넘겼다. 최근 불어닥친 헬스 열풍에 힘입어, 운동광으로 유명한 본인의 근육 제조 노하우 전수가 콘텐츠의 주를 이룬다. 여기에 지난달 한 캐나다 보디빌더가 김종국을 향해 약물 복용 의혹을 제기하자 ‘GYM종국’은 또 한 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직접 병원을 찾아 혈액 검사 등을 진행하는 영상을 올리며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다. 논란을 딛고 김종국은 지난 2일 유튜브 측이 공식 발표한 올해 ‘국내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1위를 차지했다.

인플루언서ㅣ7월 7일ㅣ가상 인간 로지

활동명 로지. 본명 오로지. 171㎝ 큰 키에 세련된 패션 감각, 아픈 곳도 없고, 잠도 자지 않으며, 스캔들 염려도 없다. 가상 인간이니까. 이날 신한 라이프는 로지를 단독 광고 모델로 발표했다. 이후 금융 광고까지 보폭을 넓혔는데, 보험사, 전기차, 대기업 유통사 모델까지 올해만 10억원 넘는 광고료를 벌어들였다고. 2016년 데뷔한 미국 ‘릴 미켈라’에 이어 일본 ‘이마’ 등 가상 인간은 모델뿐 아니라 연예계 전반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어디까지 가상이고 실물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지는 시대, 이러다 업계에서 가상 인간이 인간을 밀어내는 날이 올지도.

명장면ㅣ7월 18일ㅣ결혼작사 이혼작곡2

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2′가 방영된 이날, 인터넷은 온통 이 얘기로 술렁였다. 등장인물은 바람 피운 남편(이태곤)과 열받은 아내(박주미) 단 둘이었고, 방영 시간 70분 내내 이 두 사람의 대화로만 드라마가 채워졌기 때문이다. 대본만 A4 용지 131장. 드라마 한 편이 2인극으로 승화되는 기네스북에 등재될 진풍경이었다. 광고까지 합치면 드라마를 본 건지 ‘100분 토론’을 본 건지 헷갈릴 정도. 김장김치로 ‘귓방망이’를 때리는 한국식 막장 연출 없이도, 충분히 화제의 중심에 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드라마 업계의 희귀한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영화ㅣ7월 28일ㅣ모가디슈

이날 개봉한 한국 영화 ‘모가디슈’가 올해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된 남북한 외교관의 탈출기를 그려냈다. 코로나 시대 2년 차, 한국 영화계 매출은 3분의 1 수준으로 급전직하했다. 신작 개봉을 꺼리는 분위기도 역력했다. 영화 ‘베테랑’의 흥행 감독 류승완은 그러나 한여름 개봉이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결과는 관객 361만명. ‘1000만 영화’가 우후죽순이던 왕년이 그립긴 하지만, 올해 개봉 영화 중에서 그나마 가장 높은 기록이다. 청룡영화상은 최고상인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4개의 트로피를 이 영화에 건네며 응원을 보냈다.

춤ㅣ8월 31일ㅣ헤이 마마

Mnet 댄서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 2화가 방영된 날, 이 춤은 말 그대로 국민 율동이 돼버렸다. 서바이별 미션을 위해, 2014년 발매된 프랑스 출신 다비드 게타의 곡 ‘헤이 마마(Hey mama)’에 맞춰 한국 댄서 노제가 짠 안무가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스우파’의 인기 덕에 전국 댄스 학원들은 어린 학생들로 넘쳐난다. 이들의 꿈은 아이돌 가수가 아닌 ‘댄서’다. 방송에 출연한 댄서 아이키·리정·가비 등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특히 ‘헤이 마마’ 안무를 짠 노제는 10억원대 CF 퀸으로 등극했다. 바야흐로 언니들 세상이다.

클래식ㅣ9월 3일ㅣ박재홍 5관왕

피아니스트 박재홍(22)이 이탈리아 명문 대회 ‘부조니 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작곡가 부조니 작품 연주상, 실내악 연주상, 타타로니 재단상, 기량 발전상 등 4개 부문 특별상을 휩쓸어 대회 5관왕에 올랐다. 1949년 창설한 ‘부조니 콩쿠르’는 1위 없는 2위를 발표한 적이 많아 우승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까다로운 콩쿠르로 유명한데, 해외 유학 경험 없이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을 거쳐 한예종에 입학한 국내파 연주자가 당당히 꼭대기에 오른 것이다. “흙 속 진주처럼 세상에 덜 알려진 작곡가와 작품을 찾아내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그의 포부가 부디 실현되기를.

신인ㅣ9월 11일ㅣSNL 인턴기자

이토록 주목받는 인턴이 있었던가. 첫 방송부터 코미디 프로그램 ‘SNL코리아’를 뜨겁게 달군 주인공은 인턴기자 주현영이었다. 자신감을 과장하다 거꾸로 미숙함이 탄로나는 20대 여성 사회 초년생을 흉내 내며 세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당당하려 노력하지만 발성은 떨리고, 준비 안 된 발표를 제스처로 만회하려 노력함으로써 안쓰러움을 야기하는 초유의 캐릭터였다. 유튜브에 공개된 첫 회 하이라이트 영상이 조회수 600만을 넘겼다. 일각에서 “사회 초년생을 희화화한다”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응원이 더 컸다. 이후 실제 대선 후보를 초청해 인터뷰도 진행하며 인턴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드라마ㅣ10월 2일ㅣ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83국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한 날, 이건 게임이나 장난이 아니었다. 2009년 황동혁 감독이 만화방을 전전하며 처음 대본을 썼을 때만 해도 모두에게 외면당한 작품, 다들 “너무 비현실적이고 폭력적이며 이상하다”고 했던 작품. 그러나 12년 뒤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가장 적나라하게 풍자한 드라마로 극찬받고 있다. 순위 공개를 하지 않은 나라를 포함하면 94국 1위, 1억 1100만 가구가 시청해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본 콘텐츠에 등극했다. 이제 외국에서도 사람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며 놀고, ‘달고나’를 만들어 먹는 시대가 됐다.

오디션ㅣ10월 7일ㅣ국민 가수

첫 방송부터 격이 달랐다. 시청률 16.1%. 오디션 홍수 속에도 원조는 강력했다. TV조선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 제작진이 이번엔 K팝 스타 발굴에 나섰다. 총 111팀이 포문을 연 ‘국민 가수’는 한 편의 인간 극장이었다. 숯불 닭갈비집에서 알바하며 꿈을 키운 ‘숯불 총각’ 김동현, 공황장애를 딛고 일어난 ‘극복의 아이콘’ 박장현, 마이크 대신 펜을 잡고 시를 쓴 이솔로몬 등 참가자 한 명 한 명이 모두 드라마 주인공이었다. 통기타의 참맛을 알리며 ‘K포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박창근·김영흠 등을 비롯해 ‘K소울’ 김희석, ‘K로커’ 손진욱까지 재야 고수들의 양보 없는 열창으로 목요일 밤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패션ㅣ10월 7일ㅣ정호연

드라마 ‘오징어 게임’ 주인공으로 세계적 입지를 다진 배우 겸 모델 정호연이 명품 업체 루이비통의 새 얼굴인 글로벌 앰버서더(ambassador)로 선정되며, K컬처가 해외 패션계를 뒤흔드는 막강 파워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줬다. 유튜브 및 넷플릭스 등으로 전파되는 K팝·드라마 자체가 브랜드의 자연스러운 쇼윈도가 됐기 때문이다. 블랙핑크 멤버 제니·지수·로제·리사 등 4명은 샤넬·디올 등 유명 패션·보석 브랜드 글로벌 앰버서더 자리를 이미 점령했고 현아(로에베), 슬기(페라가모) 등이 올해 패션계 글로벌 앰버서더로 이름을 추가했다. 방탄소년단은 팀원 전체가 루이비통 글로벌 앰버서더가 되는 첫 사례가 됐다.

연극ㅣ10월 16일ㅣ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6시간 첫 공연을 벌인 날, 관객은 오후 2시부터 9시 30분(90분 휴식 포함)까지 이 연극 관람에 하루를 다 바쳐야 했다. 평일 저녁에 1부 또는 2부(각각 3시간)만 공연하고 주말엔 풀코스(6시간)로 달리는 마라톤. 유튜브 1.5배속 시대에 용기 있는 시도였다. ‘짧게 더 짧게’라는 코로나 시대의 요구에 어긋나는 시도였지만 80% 이상 표가 팔렸다. 배우 정동환이 1인 5역으로 종횡무진하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볼거리 넘치는 세상에 연극이 무엇으로 경쟁할 수 있는지 증명한 셈이다. 올해는 마침 원작자 도스토옙스키(1821~1881) 탄생 200주년이었다.

음식ㅣ11월 25일ㅣ스시

음식도 상품이고 당연히 유행을 탄다. 이날 발표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에서 스시집 세 곳을 포함해 일식 전문점만 다섯 곳이 새로 별을 받았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으로 인한 반작용인지, 전국 곳곳에 스시 오마카세(お任せ) 식당이 들어섰다. “자고 일어나면 스시집이 생긴다”는 말이 생길 정도였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은 건물마다 들어선 스시집들로 ‘격전지’가 됐다. 덩달아 스시집 가격은 하늘로 치솟았다. 한 끼에 20만원이 넘는 고급 스시집들은 예약이 몇 달치 밀려 있다고. 서울인지, 도쿄인지 헷갈리는 올해 외식 업계 풍경이다.

노래ㅣ11월 21일ㅣBTS ‘버터’

방탄소년단이 ‘아메리칸뮤직어워즈’(AMAs)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아티스트’ 상을 받았다. 미국 음반 시장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가수에게 주는 상이다. 신보 ‘버터’는 빌보드 싱글차트 10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뮤직비디오 공개 당시 최대 동시 접속자 389만명을 돌파했으며, 공개 13분 만에 1000만 조회수를 넘기는 진기록을 세웠다. 미국 음악매체 컨시퀀스 오브 사운드는 ‘버터’를 올해의 노래 1위로 선정했고,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도 ‘올해의 음반’으로 꼽았다. 인기를 증명하듯 방탄소년단은 최근 콘서트가 열린 LA 공연장을 20만명으로 꽉 채웠다. 입장권 수익만 394억원이다.

뮤지컬ㅣ11월 24일ㅣ레드북

한정석이 쓴 창작 뮤지컬 ‘레드북(Red Book)’이 이날 차범석희곡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숙녀가 아니라 그저 ‘나’로 살고 싶어 하는 안나가 주인공. 진취적 여성 작가 이야기가 ‘미투’와 ‘여혐’ 등 극장 바깥의 현실과 겹쳐지면서 더 눈길을 끌었다. 잘 뽑아낸 여성 서사지만 남성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수작이었고, 여성 캐릭터가 이끄는 공연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부숴버렸다. 관객은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그녀의 여정에 공감했으며 차범석희곡상 심사위원회는 “젠더와 세대 갈등에 따뜻한 손을 내밀었다”며 “창작 뮤지컬의 영토를 넓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