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매년 ‘전국 감사편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에만 초·중·고교생 등 55만통의 감사편지가 접수됐다. 2016년부터 이어온 공모전을 토대로 초록우산 아동복지연구소가 ‘감사편지 쓰기가 아동과 청소년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왜 아이들에게 감사편지 쓰기를 가르쳐야 할까? 올바른 감사편지 쓰기 방법은? 노하우를 소개한다.
◇스트레스 줄고, 행복감 커져
감사편지 쓰기는 아이의 삶에 도움을 준다. 국내외 연구를 살펴보면 ‘고마움’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평균 23% 감소하고, 도파민·세로토닌·옥시토신 같은 행복 호르몬과 화학물질이 증가했다. ‘감사하기’는 우울증과 불안 장애, 약물 의존, 폭식의 위험성도 크게 줄여줬다. 감사편지는 긍정적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 감사편지를 하루 5분만 써도 신체 통증이 10% 감소하고 숙면 상태는 25%, 운동 시간은 19% 증가하며 우울증은 30%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다.
평소 부정적 언어를 자주 쓰는 아동은 불만과 무기력한 감정에 휩쓸리거나 학습 능력이 감퇴하기 쉽다. 감사편지를 자주 쓰면 일상에서 긍정적 언어의 사용이 늘고 부정적 언어는 줄어든다. 요컨대 감사편지는 아이에게서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몰아내 주는 ‘백신’과 같다. 감사편지 쓰기가 학교 내 규칙 위반 등 문제 행동과 폭력 성향을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타인에게 공감, 공동체 의식 키워
감사편지는 개인에게만 이득일까? 타인에게 공감해 관계를 형성하고 공동체 의식을 길러주는 방법도 된다. 아이의 내면에서 감사하는 행위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교육학자들은 인지 단계로 설명한다. 타인으로부터 장난감을 선물 받은 아이의 사례를 보자. 아이는 본능적으로 장난감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하지만 감사를 표현하려면 우선 장난감을 준 타인의 존재를 인식해야 한다. 적절하게 반응도 해야 한다. 이제 아이의 관심은 장난감이란 매개에서 벗어나 ‘관계’로 향한다. 아이는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자기감정을 절제하고 조율하는 방법을 배운다. 성숙한 아이는 이제 또 다른 타인에게 장난감을 건네는 방법도 자연스레 익힐 수 있다. 선한 베풂을 통해 인격적 존재로 성장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이다. 감사편지 쓰기는 우리 사회 선순환의 사이클을 작동시킨다.
◇팩트에 기반, ‘의미·가치’ 찾아야
바람직한 감사편지의 요소는 무엇일까.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감사편지 공모전 심사 기준을 들여다보면 ①내용의 진실성 및 충실성 ②취지의 적합성 ③참신성 등 크게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진실성’ 항목은 편지에 아이가 감사하게 된 계기(팩트)가 들어가 있는지를 먼저 따진다. 시간과 장소, 맥락이 구체적이고 생생할수록 좋다. 예컨대 엄마에게 감사편지를 쓸 때 ‘잘해줘서 고마워’보다는 ‘어제 아침에 맛있는 도시락 싸주고, 손잡고 같이 학교까지 가줘서’라는 표현이 낫다.
팩트만 나열해선 감사편지라 할 수 없다. 아이 입장에서 감사를 불러일으킨 사건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었는지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또 그로 인해 아이에게 일어난 마음과 행동의 변화가 무엇인지도 함께 언급해주면 좋다. 이를 계기로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새로운 기여를 하게 됐는지까지 포함돼 있다면 금상첨화다.
◇가족·선생님·친구, 반려동물에게도 감사
감사편지의 대상은 가족·선생님·친구 등 다양하다. 반려동물과 식물도 괜찮다. 가족이 함께 감사일기를 써보는 것도 방법이다. 하루에 있었던 가장 감사했던 상황에 대해 쓴다. 다 함께 감사를 주제로 한 책이나 유튜브 동영상을 감상해도 좋다. 물론 억지로 써서 좋을 것은 없다. 아이가 좋아하는 도구를 갖추고 여유 있는 시간을 찾는다. 감사는 남에게 무조건 양보하거나 굽히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이의 자존감은 별도로 북돋아주어야 한다. 감사는 쉽게 환기되고 전파된다. 부모가 먼저 감사함을 드러내면 아이가 따라 한다. ‘오늘 학교를 안전하게 다녀와 줘서 고마워’ ‘오늘 하루 건강하게 보내줘서 고마워’처럼 소소하게 감사한 상황은 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