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시 망상리조트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이경모(64)씨는 “매일 밤하늘 별들과 파도 치는 밤바다와 돋는 해를 만난다”고 했다. “쉬지 않고 파도 치는 바다는 얼지 않습니다. 하얀 파도처럼 끊임없이 치열하게 동시를 쓰겠습니다. 불끈불끈 떠오르는 붉은 해처럼 힘들고 지친 독자들에게 힘을 주는 작품을 쓰겠습니다.”

2022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 왼쪽부터 고선경, 임현석, 박샘, 이경모, 김다혜, 황수아, 염선옥씨. /김지호 기자

2022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20일 서울 세종대로 조선일보사에서 열렸다. 동시 당선자 이씨를 비롯해 시 부문 고선경(25), 단편소설 임현석(36), 시조 박샘(63), 희곡 황수아(42), 동화 김다혜(30), 문학평론 염선옥(51)씨가 각각 상패와 고료를 받았다. 코로나로 인해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당선자들과 일부 심사위원들로만 진행됐다.

20대부터 60대까지 수상자들의 연령은 제각각이었지만, 한목소리로 시작의 설렘과 포부를 말했다. 고선경씨는 “게임은 승부를 가리는 오락인데, 시는 승부를 내지 않고도 진행할 수 있는 게임 같아서 좋았다”며 “시와 벌이는 게임을 영원히 끝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다혜씨는 “동화를 쓰면서 다나다난했던 어린 시절을 겪은 나를 치유했다”며 “이제 나를 넘어 다른 아이들을 돕는 작가가 되겠다”고 했다.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는 임현석씨는 “기자가 된 이후 소설가의 꿈을 포기한 게 아니라 그 꿈이 더욱 간절해졌다”고 했다. “100개를 취재하면 10개만 기사에 쓰라는 언론계의 격언이 있습니다. 여러 일 가운데 중요한 사건을 선별해 전달하라는 말입니다. 기자로서 임무를 다하면서 나머지 90개 일에 시선을 두는 소설가가 되겠습니다.” 박샘씨는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 자신을 빗대어 “오랫동안 문학도로서 웅크렸던 내가 신춘문예를 통해 일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당선자들은 작가의 삶을 지탱하는 힘으로 가족을 호명했다. 뒤늦게 문학을 공부한 만학도 염선옥씨는 작고한 아버지에게 영광을 돌렸다. “늘 군용 담요 위로 손수건을 다리셨던 아버지가 멋져 보여 손수건을 들고 다닙니다. 낡고 늙은 스타일일 수 있지만, 제게 손수건은 아버지의 응원이었습니다.” 두 아이를 기르며 희곡 당선작을 쓴 황수아씨는 초등학생 큰아들과 동행했다. 황씨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아들의 신조어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잦지만, 세대의 언어를 뛰어넘어 공감을 얻는 작품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권지예 소설가가 심사위원을 대표해 격려사를 건넸다. 그는 “작가라는 직업의 사업자 면허를 딴 당선자분들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한다”며 “문학 생태계는 점점 악화돼 요즘 코로나 시대의 식당 자영업자만큼이나 힘들다”고 말했다. “어떡하든 맛집으로 성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신춘문예 응모자가 글을 쓰듯, 문학은 경제 가치로만 따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가난하고 쓸쓸하고 홀로 외로울지라도 끝까지 가보시길 바랍니다. 제가 절망할 때마다 이런 혼잣말을 합니다. 이게 끝이 아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