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말 걸기는 아이의 언어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해외에서는 아기 연령대에 따른 대화법이 확립돼 있지만, 우리 엄마들은 적절한 조언을 받지 못한 경우를 많이 봤다. 어떻게 아이와 대화하면 좋을까.

아기와 이렇게 대화하세요

◇0~6개월엔 말·소리 구분 못해

‘아이와의 대화’라고 하면 엄마가 말을 많이 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아기는 아직 언어를 어른처럼 이해할 수 없다. 0~6개월까지는 말과 소리도 잘 구별하지 못한다. 이 시기 아이에게는 눈에 보이고 들리는 게 언어다. 따라서 엄마는 아기가 알아차릴 수 있는 몸짓, 얼굴 표정, 목소리 톤 등으로도 소통한다. 예컨대 엄마가 “예쁘다”고 말할 때 목소리는 명랑하고 톤은 높아야 한다. 굵은 톤으로 어둡게 말하면 아기는 부정적인 표현으로 잘못 이해할 수 있다.

제스처와 표정도 중요하다. 출생부터 2개월까지는 모방하려는 욕구가 두드러지는 시기다. 아기는 외부 움직임을 세밀하게 관찰한다. 엄마 얼굴이 아기에게 잘 보이도록 하면서, 입술을 움직이고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여 대화한다. 빨간색 립 컬러를 바르면 아기가 입 모양에 집중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생후 3~5개월엔 아기가 표정을 알아채므로 엄마가 표정도 활용한다. 이 시기 아기는 목을 완전히 가누게 된다. 젖병을 주는데 얼굴을 옆으로 돌리면 ‘싫다’는 뜻이다. 좀 더 지나면 허리도 가눈다. 떼가 생기거나 배밀이로 도망가려 하고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엄마’ ‘아빠’ ‘맘마’ 등 간단한 대상을 인식하고, 사람 이름도 어렴풋이 연결하는 시기다.

◇6~14개월엔 단어 중심 대화

6~14개월에는 한동안 단어밖에 못 알아듣는다. 이 시기 흔한 실수가 엄마가 문장으로 길게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짧은 단어로 대화하는 게 훨씬 낫다. 15~23개월에는 “나가자” “앉자” “일어나자” 등 일상생활의 말을 대부분 이해한다. ‘자동차 바퀴’ ‘멍멍이 꼬리’ 등 사물 세부 명칭도 알게 된다. 17~18개월이 지나면 소유격도 이해한다. 이를 감안해 ‘엄마 눈’ ‘아빠 코’ 등의 표현을 쓰면 언어 이해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24~35개월은 상대 개념과 추상 이해가 형성되는 시기이므로 “여기 사탕이 더 많네”라는 식으로 말해주면 좋다.

36~60개월은 언어능력이 빠르게 발달한다. 객관적인 것에 대해 잘 얘기하지만, 감정에 맞는 어휘를 찾는 데는 익숙지 않다. “엄마 미워” 같은 심한 말도 하지만 아이 표현력이 미숙한 것이고 ‘속상하다’ 정도의 상태라고 보면 된다.

◇말 트임에 과도한 집착 말아야

엄마가 말을 많이 할수록 아기 언어 발달이 좋아질 거라 생각하는데 실험 결과는 다르다. 말이 트이는 것은 좋은 머리도 필요하지만 입술과 혀가 움직여줘야 한다. 제대로 말하는지는 60개월이 되는 시점까지 보면서 평가한다. 아기의 말하기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다면 조금 내려놓고 지켜봐 주자.

아기는 애써서 엄마에게 말을 걸어온다. 작은 눈을 크게 뜨면 대체로 좋다는 뜻이고, 등에 힘을 주면서 목을 뒤로 젖히거나 고개를 돌리면 싫다라고 본다. 엄마와 아기 기분이 좋을 때는 말을 더 많이 하고, 동화책을 읽어준다. 반대 상황에서는 말을 좀 줄여도 된다. 단어를 한창 이해하는 24~35개월이라도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면 아기는 아무 말도 안 들린다. 그래서 아이가 떼를 쓸 때 엄마가 가르친다면서 “네가 자꾸 이러니 친구가 없잖아”라고 말해봤자 아이는 이해하지 못한다.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고 싶을 때는 잠시 관심을 두지 않는 척하는 방법이 있다. 침묵으로 ‘너한테 애정을 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문제가 된 상황에서 아이를 분리시키면서 “네가 그러면 여기서 놀지 못할 거야”라는 식으로 행동에 결합된 형태로 말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곧이어 아기와 긍정적인 소통으로 돌아가야 한다.

엄마가 아기랑 놀아주는 게 힘들 때가 있다. 이럴 경우 아기의 아빠나 할머니 등 가족이 대신 놀아주도록 한다. 아기에게 죄책감 갖지 말고 푹 쉬어야 한다. 엄마가 덜 지쳐야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