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연 감독이 연출한 영화 '앵커'의 배우 천우희. 이혜영, 신하균 등이 출연한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천우희가 주연하는 영화 두 편이 나란히 극장에 걸린다. 20일 개봉한 ‘앵커’(감독 정지연)와 오는 27일 개봉하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감독 김지훈). 비정한 배급사들을 원망해야 하나. 천우희는 다른 누구도 아닌 천우희와 흥행 대결을 벌이는 셈이다.

‘앵커’는 스릴러다. 방송국 9시 뉴스 간판 앵커 정세라(천우희)는 겉보기와 달리 열등감 덩어리이고 후배에게 자리를 빼앗길까 봐 불안하다. 생방송 5분 전 제보 전화가 걸려 온다. “제 죽음이 정세라 앵커의 입을 통해 보도되면 너무 기쁠 것 같아요.” 엄마 소정(이혜영)은 “앵무새가 아닌 진짜 앵커가 될 기회”라며 직접 취재하라고 딸을 부추긴다.

천우희는 영화 ‘써니’ ‘우아한 거짓말’ ‘한공주’ ‘곡성’ 등을 지나며 다양한 얼굴을 보여줬다. ‘앵커’에서도 리포팅과 제스처가 아나운서를 빼닮았다. 교육과정을 속성으로 거쳤고 생활 습관도 몸에 익혔다고 한다. 세라는 망상에 시달리면서도 집요한 성격이다. 천우희가 이끄는 대로 감정이입하기도 수월하다. 기묘한 일이 벌어지는 후반부에서 영화적 긴장이 헐거워지는 게 흠이다.

김지훈 감독의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서 기간제 교사를 연기한 배우 천우희. 설경구 문소리 오달수 고창석 성유빈 등이 출연한다. /마인드마크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명문 국제중학교 학생 김건우가 같은 반 친구 4명의 이름이 적힌 편지를 남긴 채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되면서 출발한다. 변호사(설경구), 병원 이사장(오달수)을 비롯해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들의 부모들은 권력과 재력으로 사건을 덮으려 한다. 담임 송정욱(천우희)이 협박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이 학폭 사건을 고발하면서 상황이 뒤집힌다.

천우희는 투명한 그릇 같다는 평을 받는 배우다. 깊고 어두운 눈빛은 이 영화와 잘 어울린다. 천우희는 커피 심부름을 하는 기간제 교사부터 양심 선언과 진실 추적까지 내부 고발자를 매력적으로 연기했다. 원작인 일본 희곡에서 교사는 남자였다. 국내에서 공연한 동명 연극을 봤던 터라 처음엔 출연을 고사했지만 설경구가 설득해 마음을 돌렸다고 한다. 감정 진폭이 큰 배역을 견뎌냈으니 잘한 결정이었다.

‘앵커’와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성격이 다른 영화다. 천우희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배우는 어느 쪽을 더 응원할까. 두 영화를 본 뒤에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천우희에게 마음이 기운다. 학폭은 허구가 아닌 현실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