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웃어주면 런던의 숙녀들은 쉽게 넘어오나 보죠?”(케이트 샤르마) “그래서, 내 미소가 멋진가요?”(앤서니 브리저튼)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 시즌2엔 이런 유의 대화가 무한 반복된다. 앤서니의 이런 대사는 또 어떤가. “난 부족한 사람이에요. 당신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어요. 그게 당신에게 청혼하는 이유요.”
브리저튼2가 최근 첫 공개 뒤 28일 동안 6억2711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영어 시리즈 최고 흥행작이 됐다. 시즌1의 6억2549만시간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이미 시즌4까지 제작도 확정됐다. 역대 전체 1위는 첫 28일간 16억5000만 시청시간을 기록한 ‘오징어게임’이다.
거칠게 요약하면 브리저튼2는 19세기 초 영국 귀족 사회를 배경으로 한 브리저튼 가문의 장남 앤서니(조너선 베일리)와 케이트(시몬 애슐리)의 사랑 이야기. 아름다운 고성(古城)의 저녁 파티, 드레스와 연미복 차림의 선남선녀, 차례로 청혼해 오는 준수한 남자들이 등장한다. 늘 있는 오해와 질투의 역경을 극복한 뒤, 아름다운 정원을 가로질러 신데렐라의 ‘호박 마차’를 향해 우아하게 걸어가야 할 것 같은 전형적인 귀족 로맨스다. 이 시리즈의 인기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먼저 ‘오만과 편견’ 같은 제인 오스틴 소설의 후계자임을 굳이 숨기지 않는 ‘리전시(Regency·섭정) 시대’ 배경 로맨스라는 정체성. 영국 리전시 시대는 아버지 조지 3세 대신 훗날 조지 4세가 되는 맏아들이 섭정 통치한 기간인 19세기 초를 가리키는 말이다. 새로운 예술적 경향이 싹튼 문화적 황금기였고, 낭만적 연애에 대한 환상도 함께 꽃피었다. 여성 팬들에게 이 작품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로맨스 ‘적통’인 셈이다.
‘브리저튼’은 여기에다 이야기를 살짝 비틀고 다양성을 덧대어 확장하는 현대적 접근법을 취했다. 영국 왕실과 귀족 사회에 백인이 아닌 혈통이 생겼다는 설정으로 다양한 인종과 피부색의 남녀를 등장시킨 것이다. 스미소니언 매거진은 ‘브리저튼’을 “일종의 대체 역사 픽션”이라고 부르며 “유색인종 시청자들이 ‘나도 저 이야기의 일부’라고 수용할 수 있게 된 것”을 인기 비결로 꼽았다. 현대적 여성상을 앞세운 것도 비결 중 하나. 여성은 글을 읽고 쓰는 것도 백안시됐던 리전시 시대에, 책을 읽고 문학을 논하며 남자와 나란히 말을 타고 달리는 자기주장 강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친밀한 관계성을 원하는 여성의 연애 심리를 반영해 상업적 성공을 이끌어낸 최신의 사례라는 분석도 있다. 진화심리학에서 로맨스 소설은 ‘남성을 위한 포르노의 여성용 대체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고급스럽게 에로틱한 ‘브리저튼’의 성애 묘사는 시즌1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