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발달 장애 문제를 어떻게 발견하고 대처해야 할까. 실제 발달에 문제가 있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특별한 이유 없이 늦되는 아이도 상당히 많다. 하지만 단순 발달 지연에 해당하더라도 부모는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발달 장애와 단순 지연

‘부모가 아이에게 말을 많이 해주지 않아서 말이 늦게 트인다’거나 ‘아이를 감싸서 키우니 사회성이 떨어진다’ 같은 생각은 편견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발달 장애의 다수는 선천적이라는 것이 의학계의 중론이다.

1950년대 전후 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 못했던 시기에는 아기의 뇌가 백지(白紙)라고 여겼다. 이 백지 위에 부모가 어떻게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아기의 발달이 결정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이뤄진 연구에 따라 아기는 10개월간 엄마 배 속에서 기본적인 신경망이 형성돼 출생한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아이는 정해진 과정에 의해 발달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기의 발달 지연이나 장애는 출생 후 부모가 아기를 잘못 다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타고난 신경망이 미숙한 데서 주로 원인을 찾게 됐다. 한때 사회경제적으로 부유한 집안에서 출생한 아기에게서 자폐성 발달 장애가 많이 나온다는 연구도 있었지만, 이런 가정 내 아이들의 병원 방문이 쉬웠던 데서 나온 통계 오류로 밝혀졌다.

아이 발달 수준이 또래의 80% 정도가 된다면 단순히 늦되는 아이일 가능성이 있고 이보다 낮다면 발달 지연이나 장애일 수 있다. 다만 지나친 불안이나 일부 단서를 통한 단정은 금물이다. 아기가 단순 발달 지연에 해당한다면 두려움에 아이를 잘 데리고 나가지 않거나 어린이집에 보내는 시기를 늦추는 등의 잘못된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한두 가지 늦은 발달 흔해

아이 뇌는 엄마 배 속에서 토대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며 출생 후 음식 공급과 자극을 받으며 뇌 신경망이 빠른 속도로 발달한다. 태어난 직후부터 아기의 발달에 문제는 없는지 정기적으로 알아보는 방법이 발달 평가다. 우리나라의 경우 6세 미만에 대한 총 8차례의 국가 영·유아 건강검진을 통해서 발달 지연을 조기에 발견하도록 돕고 있다.

발달 장애 진단은 생후 24개월 전후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다만 전문가가 만 5세까지 판단을 유보하거나, 심층 평가를 거쳐 단순한 발달 지연이라는 판정을 내릴 수도 있다.

운동 기능이나 인지·정서 등 복합적으로 문제를 보인다면 빨리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일부 분야에서 또래보다 2~3개월씩 늦되는 경우는 흔하다. 예컨대 15개월에 혼자 걷지 못하더라도 시청각 등 인지나 정서, 행동 발달이 정상 범위라면 단순히 ‘몸치’일 가능성이 있다. 16~18개월에는 아무 문제 없이 걷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만 2세에 말을 한마디도 못 해도 간단한 듣는 말들을 이해하고 어린이집 적응이 가능하다면, 언어 치료의 도움 없이 자연 성숙을 통해 말이 트이기를 기다릴 수 있다. 단순히 입 주변 운동 기능의 미숙으로 말이 늦게 트이는 것일 수 있다.

유아기에 친밀감을 잘 표현하지 못한 무뚝뚝한 성격의 아이라도 언어 이해력이 정상 범위에 속한다면 만 5세가량 돼서 사회성을 내보이며 주변에 친밀감을 표현할 수도 있다. 만 5세 이전에 보이는 단순 발달 지연에 해당한다면 도움을 주는 놀이 학습과 운동 방법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대개는 특별한 발달 프로그램의 도움 없이 집에서 놀아주고 어린이집에 보내다 보면 시간이 흘러 자연 성숙에 의해 만 5세쯤 또래 아이들과 같은 수준으로 따라잡기가 가능하다.

발달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생후 4개월쯤 목을 잘 가누는가’ ‘4~6개월 시기에 잠깐이라도 눈 맞춤이 이뤄지는가’ ‘5~6개월에 눈앞 20cm 거리의 까만 콩을 보고 잡을 수 있는가’ ‘7개월에 귀에서 20cm 떨어진 곳에서 종이를 부스럭거릴 때 고개로 돌아보는가’ 등이다<그래픽 참조>.

운동 발달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소아 재활 전문의 진료 후 소아 물리치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부모와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의 입장에서 아이의 발달 지연에 대한 강한 의심이 든다면 빠른 진단과 치료로 더 심각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아이 발달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통한 집착과 공포는 과보호나 잘못된 대처로 이어져 오히려 아이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