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MJ'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마일스 프로스트가 마이클 잭슨처럼 춤추며 노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뮤지컬로 부활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토니상 4관왕을 차지했다.

마이클 잭슨의 음악과 생애를 다룬 뮤지컬 ‘MJ’가 12일 밤(현지 시각)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5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안무상, 조명 디자인상, 음향 디자인상을 받았다. 최우수 뮤지컬 작품상은 흑인 동성애 극작가의 좌절과 내적 갈등을 그린 ‘어 스트레인지 루프(A Strange Loop)’가 가져갔다.

‘MJ’는 퓰리처상 극본상을 두 차례 받은 여성 작가 린 노티지가 이야기를 짜고 뉴욕시립발레단 안무가 출신인 크리스토퍼 윌든이 연출과 안무를 맡았다. 마이클 잭슨의 삶을 ‘빌리진’ ‘배드’ ‘댄싱 머신’ 등 귀에 익은 25곡으로 들려준다. 미끄러지듯 뒤로 가는 춤 ‘문워크’도 등장한다.

올해 토니상에서 이 뮤지컬은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의 음악으로 만든 ‘걸 프롬 더 노스 컨추리(Girl from the North Country)’, 배우 휴 잭맨의 브로드웨이 복귀작 ‘더 뮤직 맨(The Music Man)’, 퓰리처상 연극 부문 수상 경력이 있는 작가의 ‘어 스트레인지 루프’와 경합했다. ‘MJ’에서 마이클 잭슨을 연기한 마일스 프로스트는 휴 잭맨 등을 누르고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제75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뮤지컬상과 최우수 각본상을 받은 '어 스트레인지 루프'(A Strange Loop)의 창작자 마이클 R. 잭슨(왼쪽)이 프로듀서 제니퍼 허드슨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MJ’는 지난해 12월 프리뷰 개막부터 회차 대부분이 매진됐다. 박스오피스에서 매주 100만달러 이상 판매되며 브로드웨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마이클 잭슨의 두꺼운 팬덤을 증명한 셈이다. 제작에 참여한 한국의 CJ ENM도 승자였다.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은 “이 뮤지컬이 토니상에서 10부문 후보에 올라 트로피 4개를 받았다”며 “오미크론 여파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잭슨이 재탄생했다’는 평을 받고 수상까지 한 만큼, 앞으로 공연에 좋은 에너지를 줄 것”이라고 했다.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연극·뮤지컬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토니상은 미국 공연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올해 연극 부문에서는 투자회사 리먼브러더스의 흥망성쇠를 다룬 ‘리먼 트릴로지(The Lehman Trilogy)’가 작품상과 연출상(샘 멘데스) 등 5관왕에 올랐다. 최우수 작곡상은 헨리 8세의 여섯 아내의 삶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뮤지컬 ‘식스(SIX)’가 받았다. 조명 디자이너 너태샤 카츠는 ‘MJ’로 역대 일곱 번째 토니상을 집으로 가져갔다.

토니상 수상작이 국내에 수입되는 시차(時差)는 1~2년까지 좁혀졌다. CJ ENM이 제작에 참여해 지난해 토니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등 10부문을 휩쓴 ‘물랑루즈’는 오는 12월 블루스퀘어에서 국내 초연한다. 현재 한국 배우들이 공연 중이거나 곧 개막할 토니상 수상작으로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아이다’ ‘킹키부츠’ 등이 있다.

마이클 잭슨을 다룬 뮤지컬 ‘MJ’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12일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5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의 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