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문을 손꼽아 기다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개봉을 2년 연기해야 했다. 기다려줘서 고맙다. 약속하는데 내년 여름에도 이듬해 여름에도 서울에 올 거다. 어제 극장에서 함께 영화를 봤는데 그 자체로 아름답고 가슴 벅찬 일이었다.”
톰 크루즈(60)가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영화 ‘탑건: 매버릭’ 개봉(22일)을 앞두고 20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그는 “방한은 4년 만인데 한국 관객과 다시 연결된 기분이었다”며 “어제 레드카펫 이벤트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그 안에 머금은 웃음이 보였다”고 했다.
1986년 영화 ‘탑건’은 톰 크루즈 신드롬의 시작이었다. 36년 만에 나온 속편에서 이 배우는 교관이 돼 F-18 전투기를 직접 몰았다. 위험한 액션을 할 땐 좋아해줄 관객을 떠올린다고 했다. “이 스토리는 아찔한 항공 액션만 특별한 게 아니다. 명예와 우정, 가족애 등 중요한 가치들이 매력적으로 담겨 있다. 많은 사람이 속편을 기다렸지만 배우로서 솔직히 부담스러웠고 관객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준비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탑건: 매버릭’은 그의 필모그래피 사상 최고의 흥행 성적(매출액 약 10억달러)을 거두고 있다. 그는 “영화를 만든다는 건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노력하며 헌신하는 일”이라며 “동료들이 촬영장에서 보여준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 그것을 극장에서 관객에게 전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이 영화에서 교관 매버릭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날 기자회견을 함께한 프로듀서 제리 브룩하이머와 배우 마일스 텔러(영화 ‘위플래쉬’의 주인공), 글렌 카월(할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용사), 제이 엘리스, 그레그 타잔 데이비스 등은 “팬데믹 이후 일상과 극장이 회복돼 이렇게 만날 수 있어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크루즈는 1981년 브룩 실즈 주연의 ‘끝없는 사랑’에 단역을 맡아 데뷔했다. ‘탑건’ ‘레인맨’ ‘7월 4일생’ 등 1980년대에 그의 영화를 본 젊은 관객은 지금 50~60대다. 이번까지 10번이나 내한해 ‘톰 아저씨’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는 매너도 최고라는 평을 받는다.
“나는 인생 대부분을 영화 세트장, 편집실, 촬영지에서 보냈다. 영화는 그냥 직업이 아니라 내 꿈이다. 여러 나라를 다니며 역사와 문화,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도 내겐 중요하다. 삶의 모험을 영화로 보여주고 싶다. 20대의 나와 견주면 열정은 식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뜨거워진다.”
상품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배우다. ‘탑건’에서 찰리(켈리 맥길리스)는 동료를 사고로 잃은 충격으로 조종을 그만두려는 매버릭에게 “당신은 마하2로 날지 못하면 행복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했다. 이번엔 마하 10을 돌파한다.
현재 60대, 40대, 20대 관객이 모두 ‘데이트 영화’로 그를 소비했다는 점에서 “세대 간 천하통일을 이룬 첫 배우”라는 평가를 받는다. 중년 팬들을 향한 한마디를 부탁했다. ‘세계 최강 미소‘와 함께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극장에서 ‘탑건: 매버릭’을 보면서 울어도 괜찮다. 여러분 모두를 위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