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한류의 원조로 통하는 비언어극 ‘난타’가 19년 만에 브로드웨이를 다시 두드린다. 오는 14일부터 30일까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42번가 뉴빅토리시어터에 초청됐다. 지난 4일 대학로에서 만난 송승환 PMC프러덕션 회장은 “총 17회 공연하고 19만달러를 받는다”며 “코로나 사태로 국제선 하늘길이 막혀 힘겨웠는데 재기의 시작이 브로드웨이라는 게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K팝, K영화, K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크리에이티드 인 코리아(Created in Korea)’에 대한 호감이 높다. ‘난타’의 경쟁력도 올라갔다고 판단했는지 ‘다시 초청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다. 지금 뉴욕에서는 K퍼포먼스로 홍보 중이다.”
사물놀이 리듬과 요리, 코미디를 섞어 1997년 초연한 이 비언어극은 올해 25주년을 맞았다. ‘난타’ 제작자이자 예술감독인 송승환은 “마라톤에 빗대면 중국의 한한령(限韓令)과 코로나로 국내외 전용관을 닫고 직원을 줄이는 등 최악의 구간을 지나왔다”며 “새로운 25년을 향해 달려야 하는데 이번 브로드웨이 공연이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뉴빅토리시어터 홈페이지를 보니 2022~23년 시즌 오픈작이다.
“2003년 브로드웨이에서 ‘난타’를 초연한 극장이다. 499석 규모에 ‘패밀리 쇼’를 자주 올린다. 건너편 극장에서 뮤지컬 ‘라이언킹’을 공연할 정도로 위치가 좋다. 요즘 한국 콘텐츠가 뜨고 있어 ‘난타’가 다시 떠올랐다는 극장장의 말을 전해 들었다. 이번엔 라스베이거스 공연 관계자들도 초대할 것이다.”
–19년 전과 다른 것이라면.
“골격과 이야기는 그대로다. 템포는 빨라졌고 영상이 많이 추가됐다. 등장인물 중 섹시 가이가 춤출 때 ‘강남스타일’을 흥얼거리며 말춤을 잠깐 춘다.”
–지금 ‘난타’ 전용관은 사정이 어떤가.
“제주와 서울 명동에 전용관을 운영 중이다. 객석 판매는 80% 수준까지 회복됐고 관객 중 20~30%는 외국인이다. 이른바 K콘텐츠가 각광받고 있는데 영화나 드라마는 구태여 한국에 오지 않아도 소비할 수 있다. 해외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비언어극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본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총감독을 지낸 송승환은 지금 ‘30cm의 세상’에 포위돼 있다. 그 너머는 아득한 절벽이다. 황반변성과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었다가 다행히 진행을 멈췄다.
–25년간 ‘난타’는 1456만3000여 명을 모았다.
“내게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해외 시장에 나가려면 대사 없는 연극을 해야 한다’로 출발해 1999년 영국 에든버러, 2003년 미국 브로드웨이 진출을 발판으로 세계 59국에서 공연했다. 이번 미국 공연부터 해외 투어를 재개하려고 한다.”
–다른 얘기지만 시각장애인(4급)이 되고 나서 골프를 더 잘 치게 됐다고?
“작년 10월 28일에 생애 첫 홀인원을 했다. 골프공이 흐릿한 솜뭉치처럼 보이는 수준이라 헤드가 공을 제 궤도로 지나가게 하는 데 더 몰입한다. 그날 동반자들이 ‘어어어, 잠깐, 들어갔다!’ 하는데 믿기지 않았고 정말 짜릿했다. 퍼터는 3분의 1 길이로 잘랐다. 허리를 굽힌 채 치는데 시력이 멀쩡할 때보다 점수가 더 잘 나온다. 보이는 게 없으니까 헤드업도 안 한다. 하하하.”
–인생 3막은 노역(老役) 배우로 살겠다고 했는데.
“요즘엔 KBS 주말 연속극 ‘삼남매가 용감하게’에 아버지로 출연하고 있다. 내년 3월에 끝나는데 4월부터는 연극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를 맡아 무대에 오른다. 늙으면 해보고 싶었던 배역이다. 8월에는 서울예술단과 비언어극 ‘무당’을 만들기로 했다. 주머니에 돈이 없는 것보다 다음에 할 일이 없는 게 더 불안한데, 내년은 이미 꽉 차서 든든하다(웃음). ‘난타’만 회복되면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