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안 부르주아의 대표작 ‘기울어진 사람들’은 회전하며 기울어지는 턴테이블 위에서 펼쳐진다. 쓰러지지 않으려고 무용수들이 분투하는 동안 곡예 같은 동작들을 만나게 된다. /LG아트센터 서울

턴테이블 위에 산다고 상상해 보라. 회전하고 기울어지는 정사각형 판자 위에 무용수들이 위태롭게 서 있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이 불안정한 땅 위에서 그들은 쓰러지지 않으려고 투쟁한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명곡 ‘마이 웨이’가 흐르는 가운데,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시간을 버텨낸다.

프랑스 안무가 요안 부르주아에게 세계적 지명도를 안긴 현대무용 ‘기울어진 사람들’이 오는 11월 25~27일 LG아트센터 서울에 도착한다. 국내 초연 무대다. 부르주아의 작업은 LG전자, 애플 등 대중적인 광고로도 유명하다. ‘중력(gravity)을 가지고 노는 안무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부르주아는 턴테이블, 트램펄린, 추, 시소 등을 활용해 중력을 미학적으로 표현한다. 이메일로 만난 그는 중력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들의 첫 번째 비극”이라며 “모든 것은 낙하한다. 나는 ‘매달림의 언어(춤)’를 통해 중력에 저항한다”고 답했다.

현대무용 '기울어진 사람들'의 안무가 요안 부르주아. "이번이 첫 한국 공연이고 가족도 함께 간다. 우리 ‘무용의 시’가 어떤 영감을 줄지 무척 기대된다." / LG아트센터 서울

–’기울어진 사람들’(60분 길이)은 당신의 대표작이다.

“예술가로서 내 출발점이 된 장르는 서커스였다. 그것을 현대무용으로 발전시킨 ‘기울어진 사람들’은 2014년 초연작이다. ‘모든 상황은 여러 힘의 균형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을 보여주려고 거대한 턴테이블을 만들었다. 그 위에서 다양한 힘의 관계를 실험하고 싶었다.”

–자연법칙을 거스를 때 신비감과 쾌감을 동시에 경험한다.

“무용수나 안무가도 그렇다. 내 공연의 장치들은 중력, 회전, 관성 같은 물리적 현상을 증폭시킨다. 무용수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에너지가 증가할수록 감정이 고조되고, 관객이 몰입하면 할수록 그 감정이 더 확장된다.”

–LG아트센터의 블랙박스 극장에서 ‘푸가/트램펄린’(10분)도 함께 공연하는데.

“2010년에 창작한 ‘푸가/트램펄린’은 계단의 각도를 다양하게 바꾸며 어떤 정지 상태에 도달한다. 서커스는 단순한 형태의 공연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방법이다. 이번엔 내가 직접 출연한다.”

–작품의 씨앗이 될 아이디어는 어떻게 구하나.

“살아 있는 것들, 특히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을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무용수라기보다는 ‘매개자’에 가깝다. 일상에서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관객에게 전달하는 게 목표다.”

요아 부르주아가 직접 출연하는 '푸가/트램펄린'. 바닥에 설치된 트램펄린의 도움으로 마치 계단 위에서 정지된 것 같은 동작을 빚어낸다. /LG아트센터 서울

–예술과 기술의 균형을 추구하는 당신의 작품을 어떤 장르로 분류해야 하나.

“나는 ‘무용의 시(詩)’라고 지칭하는 걸 좋아한다. 창작 과정에서 중요한 원칙은 가능성과 경청이다. 흔히 창조와 발명을 혼동하는데, 내게 창조 과정은 없던 무엇을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포착해 드러내는 일이다.”

–당신의 작품은 무용수들에게 굉장한 연습과 숙련도를 요구한다.

“나는 그들에게 ‘진짜 놀이하는 자’로 머물러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린아이의 모습을 찾으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

–LG전자, 애플 등 다양한 광고에서 당신의 독특한 안무를 만날 수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것은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일종의 응용 예술로 접근한다. 예술적 자극의 원천이 되지 않는다면 그런 브랜드와 광고 작업을 하지 않을 것이다. 관객과 만나는 보편적 언어를 찾는 경험이라고도 생각한다.”

–유명해진다는 것의 단점이 있다면.

“질투를 경계해야 하고,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순수함도 조금 잃어야만 한다.”

요안 부르주아가 안무한 '기울어진 사람들'은 이렇게 회전하고 기울어지는 턴테이블 위에서 펼쳐진다.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