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남성들의 정자 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임신을 원하는 사람들이 의학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15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가디언 등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학의 하가이 레빈 교수와 미국 뉴욕 아이칸 의대의 샤나 스완 교수는 최근 학술 저널 ‘인류 생식 업데이트’(HRU)에 남성의 정자 농도는 절반, 정자 수는 60% 넘게 줄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1973~2018년 사이 남성 1인 평균 정자 농도는 1973년의 ㎖당 1억120만마리에서 2018년 4900만마리로 51.6% 감소했으며 총 정자 수도 62.3% 줄었다.
정자 농도 감소 속도도 더 가팔라졌다. 1973년 이후 매년 1.16%씩 감소했는데 2000년부터는 그 감소 속도가 평균 2.64%로 더 빨라졌다.
정자 수가 줄고 있다는 건, 2017년 처음 북아메리카와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남성들에게서 확인됐다. 연구진은 여기에 남아메리카, 아시아 등 53개 나라의 데이터를 추가로 분석했다. 그 결과 새로 추가된 국가에서도 정자 수와 농도 감소세가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레빈 교수는 “지난 46년간 정자 수가 50% 넘게 줄어든 것이 전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는 지구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걸 뜻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또 다른 신호”라면서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 오기 전에 지금 대처하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또 연구진은 “정자 수의 감소는 앞으로 수정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을 뜻한다”면서 “의학의 도움 없이 임신을 하지 못하는 부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인생 후반부에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 같은 질환에 걸리기 쉽고 기대수명도 줄어들 우려도 있다고 했다.
정자 수가 줄어드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연구진은 흡연, 음주, 약물, 비만, 나쁜 식단과 같은 요소들도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레빈 교수는 “건강한 환경을 만들고 생식 기능을 위협하는 물질과 환경을 줄이는 노력에 모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자 질(質) 높이는 습관은?
정자 건강을 위해서는 평소 생활 습관부터 바꾸는 게 좋다.
질 좋은 정자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고환 온도를 34도 안팎으로 유지해야 한다. 통풍이 잘되면 고환 온도가 덜 올라간다. 꽉 끼는 팬티는 피하는 게 좋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트렁크 팬티를 입는 남성은 딱 붙는 팬티나 삼각팬티를 입는 남성에 비해 정자 농도는 25% 높고, 활발히 움직이는 정자 수가 33% 많았다. 또 오래 앉아 있으면 통풍이 안 돼 고환 온도가 올라가니, 자주 일어나는 게 좋다.
휴대전화를 바지 주머니 등 고환에서 가까운 곳에 넣고 다니면 정자의 질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바지 주머니 등 고환으로부터의 거리가 50cm이내인 곳에 휴대전화를 넣고 다니는 남성의 47%가 정자의 수가 적거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휴대전화로 하루 1시간 이상 통화하는 남성은 통화시간이 1시간 미만인 남성에 비해 이 같은 정자 결함을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전화가 충전되고 있는 사이에 통화하는 사람도 이러한 위험이 2배 가까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