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차범석희곡상 수상자인 연극 ‘산을 옮기는 사람들’의 김민정(왼쪽에서 넷째) 작가가 배삼식, 허순자, 손진책, 고희경, 유희성, 원종원씨 등 심사위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고운호 기자

“글을 너무 쓰고 싶었고 희곡이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습니다. 늘 부족한 것 같고, 다음 기회가 없을 것 같고. 수상 통보를 받고 연극을 하며 좋았던 날들을 떠올렸고 주변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오늘은 저를 믿고 기다려준 분들께 고마움을 전하는 날입니다. 다음 작품을 쓸 용기와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28일 열린 제16회 차범석희곡상 시상식에서 장막 희곡 ‘산을 옮기는 사람들’로 수상자가 된 극작가 김민정(50)씨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올해 차범석희곡상은 2021년 10월부터 지난 1년 동안 공연된 장막 희곡과 뮤지컬 극본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뮤지컬 극본 부문에서는 수상작이 나오지 않았다.

차범석희곡상은 ‘산불’의 극작가 차범석(1924~2006)을 기리는 상이다. 2007년부터 장막 희곡과 뮤지컬 극본 부문에서 17명의 쟁쟁한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날 시상식은 뮤지컬 ‘마틸다’의 주인공인 배우 임하윤(9)이 세상의 부당함에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하며 부른 축가 ‘노티(Naughty)’로 활기차게 문을 열었다.

‘산을 옮기는 사람들’은 히말라야 작은 마을에서 중국 통신업체가 송신탑을 설치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차범석연극재단 차혜영 이사장은 “수상작을 읽으며 ‘산은 두려운 존재이자 고마운 것’이라는 아버지(차범석)의 문장을 떠올렸다. 차범석의 방송극 ‘전원일기‘ 발간을 준비하던 중에 젊은 아버지를 만나게 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방상훈 조선일보사 사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차범석희곡상 수상을 작품 활동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고 더 큰 도약과 성취를 이루기 바란다”고 썼다.

심사위원회(위원장 손진책)는 ‘산을 옮기는 사람들’에 대해 “환경과 개발, 보존과 파괴의 문제를 다뤘는데 뻔한 의미와 결론에 이르지 않았다. 선과 악, 옳고 그름의 대결이 아니라 두 종류의 어리석음이 조우하는 순간을 살핀다는 점에서 자신의 예술 형식에 대한 헌신이 돋보인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수상자에게는 트로피와 상금 3000만원이 수여됐다. 김민정씨는 “이 길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던 중에 덜컥 상을 받았다”며 “이 상의 무게를 잘 가늠해가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배우 배해선씨가 상금을 어떻게 사용할 계획인지 묻자 “벌써 입금됐다. 1000만원은 예금(이자율 4.95%)에 넣었고, 1000만원으로는 차를 살 생각이고, 남은 돈으로는 밀린 카드 값을 갚겠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는 심사위원인 손진책·고희경·허순자·유희성·배삼식·원종원씨, 차범석 선생의 가족인 차혜영·차순규·차광일씨, “차범석 선생님 집안으로 장가를 갔다”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이 참석했다. 또 예술원회원 손숙·최청자·김숙자·박명숙씨,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박홍률 목포시장,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 유인택 전 예술의전당 사장, 박계배 호원대 교수, 연출가 한태숙·이성열·고선웅·최진아씨, 배우 최선자·손봉숙·송일국씨 그리고 조선일보사 방상훈 사장과 홍준호 발행인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