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술평론 응모작의 편 수는 많지 않았다. 해가 갈수록 미술평론 부문 응모작 수가 줄어들면서 신춘문예에서 이 분야가 있어야 할지 기로에 서게 됐다. 미술 관련 학위 논문이나 저술을 비롯해 다양한 기회로 평론가가 되는 길이 있지만, 그래도 ‘블라인드 테스트’인 신춘문예는 완전히 계급장을 떼고 경쟁할 수 있는 등용문으로서 위상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올해에는 적은 편 수 가운데도 동양화론부터 현대미학, 인공지능부터 브릭아트(레고블록으로 만든 조형), 도자예술부터 공공미술, 근대부터 현대의 작가까지, 크게 시각예술로 묶이는 여러 형식이 두루 다루어졌다. 올해의 당선작 ‘아름다운 괴물에서 불길한 폐허로: 이불 論’은 1980년대 말에 등장한 이래, 30년 넘게 국내외 미술계에서 중요한 작품을 쏟아내고 있는 작가 이불을 ‘괴물적인 아름다움’이라는 역설적 개념으로 분석했다. 유명 작가라서 연구도 많을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기에 귀중한 평문이라고 생각된다. 평론가는 작가와 동행하는 자다. 앞서가지도 뒤따라가지도 않는 이 관계에서 대화적 상상력은 필수다. 그것은 예술가와 대중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생생한 대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너무 멀리 있는 대상이면 불리하다. 비평의 필수 조건인 동시대성에 대한 요구다.

멀리 있는 대상은 대개 자료로 접근해야 하고, 그런 한에서 객관적 논증이 중시되며, 필연적으로 논문 형식을 요구하게 된다. 이번 응모작의 많은 수가 그런 엄격함에 치중해서 전후좌우의 맥락을 제대로 서술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장황해지는 등의 약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론은 물론 실기 부문까지도 박사과정이 보편화된 현실에서 오랫동안 학교에 머물며 그 문법에 너무 익숙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어떤 작품·작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논문과 평문은 질적 차이를 가지지 않는다. 평문과 논문의 관계는 길이다. 논문을 축약하면 평문이 되고, 평문을 풀어 쓰면 논문이 되는 것이다. 평문은 좀 더 순발력을 요구한다. 대부분 현장의 평론가에게 평문을 쓸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 지면은 더욱 협소하다. 현재 막 생산되거나 회자되는 작품·작가들을 다루는 영역에서 객관성은 자료뿐 아니라 평문의 설득력에 달려 있다. 이번 응모작에서 거의 문인 같은 필력을 보여주는 평문도 있어서 수상작을 선택하는 데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작가·작품으로부터 출발해야 하는, 다소간 자유로울 수 없는 비평의 필요 조건상, 연대기적 연구의 꼼꼼함을 겸한 평문을 선정하게 되었다.

이선영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