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심사평에 제목을 붙인다면 ‘가족과 이웃의 서사’가 적합할 듯하다. 예심을 거친 여덟 편의 응모작이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는 회복이 필요한 관계들,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변화하는 그 불가사의한 관계에 대해서인 듯 보였다. 주로 가족, 동료나 이웃들 사이의.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항상 필요하고 우리 삶에서 여전히 중요한 문제일 테니까.
‘한밤의 발전소’는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 순모 가족에게 지금 왜 여행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들이 가족 여행을 무사히 마쳤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일게 했으나 제목에서도 명시된 화력발전소의 가동이 이 여행과 어떤 유기적인 의미를 맺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불필요한 장면들과 시점이 흔들리는 문장들도 아쉬웠다. ‘쥐’를 놓고 심사위원들은 짧지 않은 논의를 나누었다. 본심에서 읽은 응모작 중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단편의 형태를 갖추었으며 개성적인 공간과 그 안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행동이 인상적이라는 장점은 갖고 있으나 끝내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남아서였을 것이다. 사모는 왜 그렇게까지 쥐구멍을 파는지, 처음 만난 윤진에게 사모는 왜 그런 대화를 시도했는지 등의 인과는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폐쇄적이며 계급으로 나뉜 공간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의 불안과 방향감 상실, 쥐가 상징한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추적은 돋보였다. “관사에 쥐가 돌아다닌다는 말” “쥐가 낮에 기어나오는 건 죽을 때 딱 한 번뿐이야”라는 대사 등으로 플롯을 움직이고 마지막까지 긴장을 이어나갈 줄 아는 점도. 진실을 찾기 위한 며칠간의 여정 후 마침내 쥐구멍에 불이 붙었을 때 독자도 관사 여자들처럼 기묘한 안도와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한마음으로 무언가를 기다리게 되는 이 뜨거운 지점이 ‘쥐’의 미덕이 아닐까 싶다. 생략도 좋지만 앞으로 더 정확한 시점의 사용, 감정의 섬세함, 실제성 등에 주의를 기울여 쓰면 어떨까.
모든 응모자에게 격려의 박수를, 그리고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