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고양이 이름을 ‘기분’으로 지어줬어.

길에서 절뚝이던 아이가 다 나아 쌩쌩해졌을 때

기분이 무척 좋았거든.


-기분이 뭐 해?

: 자고 있어.

-기분이 잘 먹어?

: 한 그릇 다 먹었어.


우리 식구는 전보다 전화를 자주 해.

멀리 사시는 할머니도

낮에는 바빠서 통화 못 하던 아빠까지도

몇 번씩 전화를 한다니까.


-기분이 뭐 해?

: 배 내놓고 누워있어.

-똥은 잘 치웠어?

: 당연하지.

-기분이 어때?

: 신났나 봐, 막 뛰어다녀.

-아니, 네 기분은 어떠냐구!

: 응? 으응?


누군가 내 기분을 물어주다니!

말랑하고 부드럽고 살랑거리는

내 기분은 마치

고양이 같아.

일러스트=이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