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음반기획사 SM)가 받아준 곡은 거의 넣지 않았어요. 제가 지향하는 음악 색과 너무 다르거든요.”
최근 서울 성수동 SM 사옥에서 만난 가수 예성(본명 김종운·39)의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지난 25일 발매한 그의 첫 솔로 정규앨범 ‘센서리 플로우스’(감각의 흐름)를 소개하면서다. 그는 2005년부터 ‘쏘리쏘리’ 등 댄스 히트곡으로 인기를 끈 SM 소속 K팝 그룹 슈퍼주니어의 메인 보컬로 활약해 왔다. 7년 전 시작한 솔로 활동도 호소력 짙은 음색으로 ‘문 열어봐’ 등 발라드곡이 대표곡으로 꼽혔다.
예성은 “1년 반 동안 단단히 준비했다”는 이번 첫 정규에서 변신을 시도했다. 타이틀곡 ‘스몰씽즈’ 등 총 10곡을 팝록 밴드 사운드, 재즈팝 등 다채로운 장르로 채웠다. 그는 “가요를 하지만, 가요를 잘 안 듣는다”면서 “재즈와 밴드 음악, 특히 옛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해외여행을 가도 비틀스, 롤링스톤스 등 옛 밴드들의 빈티지 레코드판을 먼저 사모은다. K팝의 본진이자 국내 최대 대형기획사인 SM에 오래 몸담아왔지만, 사실 음악적 취향은 아이돌과 거리가 멀었던 셈.
그럼에도 ‘데뷔 초로 돌아가 솔로와 그룹 중 어떤 걸 선택하겠나’란 질문에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슈퍼주니어”를 외쳤다. “한류란 단어 자체가 막 생겨날 때부터 K팝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이끌었단 자부심을 항상 갖고 있어요.” 지난 18일 디즈니 플러스에선 슈퍼주니어의 지난 18년 활동기를 다룬 다큐 ‘슈퍼주니어: 더 라스트 맨 스탠딩’이 공개됐다. 부제는 ‘K팝, 그 시작에 그들이 있었다’. 2011년 K팝 남성 그룹 최초로 빌보드 월드 앨범 차트 입성,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폐막식 피날레 무대 장식 등 화려했던 슈퍼주니어의 활동기가 담겼다.
예성은 ‘장수돌’(오래 활동하는 아이돌)이란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해 “꼭 어려야만 아이돌이란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할 편견”이라면서, “(그런 표현이) 좀 촌스럽다 생각한다”고 했다. “한번은 일본 활동 때 현지 국민 아이돌로 불리던 ‘아라시’와 맞붙었는데, 앨범 판매량이 5배나 앞서는 걸 보고 놀랐다”고 했다. “우리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당시 평균 나이 30대) 아이돌도 오래 사랑받는 환경이 부러웠죠. 사실 슈퍼주니어는 전성기가 지났고, 앨범 판매량도 떨어지는 게 걱정이긴 해요. 하지만 이젠 저희 콘서트에도 결혼한 팬들이 남편과 함께 오는데 그게 굉장히 멋있게 느껴져요.”
국내 가요계에선 그간 K팝 아이돌이 어떤 곡을 내도 ‘가수’보단 ‘아이돌 출신’이란 꼬리표가 항상 따라붙는 경우가 많았다. 예성은 이에 대해 “아이돌로서 받은 혜택이 많으니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하는 시선”이라면서도 “사실 이제 구분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가 십수 년째 저녁을 거의 안 먹고, 금주를 하며 혹독한 자기관리를 해온 이유. 그는 “술집 대신 낮에 카페를 가고, 밥을 함께 안 먹으니 친구가 자꾸 없어져서 아쉽다”며 웃었다. “다르게 살아야죠. 난 연예인이니깐. 전엔 그게 싫었죠. 언젠가 저희 인터뷰에 ‘슈퍼주니어는 믿고 거른다’는 댓글이 달려 속상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이젠 한편으론 즐거워요.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더 인정받아야겠구나. 멈출 필요가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