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YS는 잘맞춰’에서 YS(왼쪽)가 당시 중국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과 결투를 벌이고 있다. /열림기획

이름 김영삼. 필살기 영삼파.

김영삼(YS)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컴퓨터 게임 ‘YS는 잘맞춰’가1995년 출시됐다. 제14대 대통령, 그 YS다. 태권도복을 입은 근육질의 YS가 적들을 때려눕힌다. 러시아 옐친, 미국 클린턴, 중국 덩샤오핑, 이라크 후세인, 영국 대처 등 각국의 지도자와 1대1 무술 대결을 벌이는 것이다. 여러모로 일본 격투 게임의 전설 ‘스트리트파이터’를 연상케 하는데, 여러 기술 중 단연 압권은 YS가 엄지와 검지를 맞붙인 채 나머지 손가락을 펴 ‘03′ 모양을 만든 뒤 발사하는 장풍 ‘영삼파’다. 실존 정치인을 희화화한 첫 국산 게임으로 “문민정부를 표방하면서 찾아온 민주화 바람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게임”이라는 평가다. 당시 3만4000원이라는 고가에 판매됐다.

사상 첫 매출액 20조원을 돌파한 한국 게임은 콘텐츠업계 효자 상품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 그러나 현재 온라인 게임 시장의 호황 이전에 산업의 기반을 다져온 고전 게임이 존재했다. 이를 들춰보는 이른바 컴퓨터 게임 역사책 ‘우리가 사랑한 한국 PC 게임’(한빛미디어)이 출간됐다. 게임 제작자·게임 잡지 기자 출신의 게임 덕후 3인 공저다. “선진국에 비해 어설프거나 심지어는 모방이었지만 그때의 노력이 쌓여 지금의 화려한 한국 게임 업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시도다. 일반적으로 국내 컴퓨터 게임의 효시로 평가받는 슈팅 게임 ‘폭스 레인저’(1992)부터, 국내 첫 상용 컬러 RPG 게임 ‘홍길동전’(1993), 여자 주인공이 남자 친구의 마음을 공략하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러브’(2004)까지 찾기 힘든 자료를 추적해 90여 개의 추억을 복원했다. 책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출간됐는데, 1126명이 후원에 참여했다.

게임은 시대 변화와 당대 정서를 보여주는 대표적 문화 상품이다. ‘달려라 코바’(1994)는 실시간 게임 방송의 신호탄이었다. SBS에서 TV 생방송으로 2년간 방영했는데, 시청자가 TV 화면을 보며 전화기 버튼으로 주인공을 조종하는 신개념 게임이었다. 컴퓨터 키보드가 아닌 마우스를 움직여 물고기를 낚는 게임 ‘낚시광’(1994)은 출시 1년도 안 돼 약 1만7000장이 팔렸고, 후속작 ‘대물 낚시광’은 1998년 미국 수출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제작사 수입은 많지 않았으니, 불법 복제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