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올린 대모(代母)’ 김남윤(74)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가 12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경희대·서울대 교수를 지냈고 1993년 한예종 음악원 개원과 함께 창설 멤버로 들어가서 40여 년간 후학 양성에 힘썼다. 정준수·김현미·양고운·김현아·이경선·백주영·유시연 등 중견 교수들부터 신아라·지아 자매, 클라라 주미 강, 장유진, 임지영 등 최근 국제 콩쿠르에서 성과를 거둔 젊은 스타 연주자들까지 모두 그의 제자다. 오늘날 한국이 ‘바이올린 강국’으로 손꼽히는 건 그의 공이 컸다. 이 때문에 한국 음악계에서는 ‘김남윤 사단’이라는 말도 생겼다.

2001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았고 하노버·파가니니·차이콥스키 콩쿠르 등 명문 콩쿠르 심사를 도맡았다. 생전 그는 “콩쿠르 심사위원은 ‘한국을 빛내는 민간 외교관’”이라고 말했다. 서울예고·미 줄리아드 음대를 졸업한 뒤 1977년 경희대 교수로 임용되면서 귀국했다. 난파음악상·한국음악평론가상·금호음악스승상·대한민국예술원상·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평소에도 하루 8~9시간씩 샌드위치와 김밥으로 점심을 대신하면서 제자들을 연이어 가르치는 열정적 레슨으로 유명했다. 투병 중인 지난달에도 휠체어를 타고서 한예종 산하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심사까지 맡았다. 고인이 습관처럼 했던 말은 “제자들을 가르치다가 죽을 수 있으면 소원이 없을 것”이었다. 유족은 딸 이영·이수정, 아들 윤준영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15일. 장례는 한예종 음악원장으로 열린다.